영화 ‘은교’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지녀서 국민시인이라 불리는 주인공 이적요가 늙어 외롭게 살아가던 중에, 여고생 은교를 만나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단편소설을 쓴다. 작품으로 발표하지 않고 숨겨두었던 자신의 원고를 그의 젊은 제자인 서지우가 몰래 훔쳐가서 공모전에 자기 이름으로 제출하여 당선되고 문학상을 받게 되자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제자의 문학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던 그가 늦게 나타나서 축사를 하는데, 그 첫마디가 이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인 것 같았다.
‘너의 젊은 노력으로 얻은 상(賞)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罰)이 아니다.’

젊음이나 늙음이나 모두가 우리 인생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한 부분의 모습일 뿐이다. 누구나 젊었을 때에는 예쁘기도 하고, 패기가 넘쳐나면서 자신의 젊음이 마치 특권과 상(賞)을 받은 것처럼 오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아무리 젊음이 좋다하여 젊음을 원하여도 그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없으며, 세월이 흘러가면서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늙어가게 된다. 비록 나이가 들어 늙어 보일지라도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살아온 모습과 완숙한 정신세계를 가지신 분들에게서는 뭔가 모를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예쁜 모습은 외면적(外面的)이고 형태적인 느낌을 주지만, 아름다운 모습은 내면(內面)과 외면(外面)이 잘 어우러진 내용이 담긴 느낌을 준다. 예쁜 것과 아름다운 것에 대하여 어떻게든 가치의 우열을 따지거나 서열을 매길 수는 없다. 용기 있는 젊음과 노련한 늙음에 대하여서도 어떤 것이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이 때문에 생기는 계층간의 장벽이 많이 생기면서, 그것을 허무는 일도 매우 어렵다. 계층 간에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적일 수 있다.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는 융합하고 공유해야 하는 통섭(統攝)의 의지가 필요하다. ‘통섭의 식탁’ 저자인 최재천 교수는 분리되고 분열된 것을 결합하는 방식에 대하여 세 가지로 설명하였다. 물리적 결합인 통합(統合)은 겉모습은 결합을 이루었지만, 내면의 장벽은 허물지 못한다. 화학적 결합인 융합(融合)은 내면의 장벽을 허물기는 했지만, 각 개체의 특징과 특성을 살리지 못한다. 생물학적 결합인 통섭(統攝)은 각 개체의 특징과 특성을 살리면서 대통합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다양한 분야에서 같이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내가 지금 젊었다면 늙은이의 늙음에 대하여 ‘잘못으로 받는 벌’로 함부로 폄하하지 않고 ‘아름답게 살아온 훈장’으로 존경을 보낼 수 있을 때, 사랑받는 젊은이가 될 것이다. 또한 내가 지금 늙었다면 젊은이의 젊음에 대하여 ‘아직 경험이 모자란 미숙함’으로 무조건 무시하지 않고 ‘훌륭하게 살아갈 희망’으로 믿음과 사랑을 보낼 수 있을 때, 존경받는 늙은이가 될 것이다. 젊은이는 젊은이답게 늙은이는 늙은이답게 그저 진실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문제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갈 때, 그 사람들의 삶은 훌륭한 가치를 가지게 되고 그 사회는 통섭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며칠 후 있을 추석에는 흩어져 살던 모든 가족들이 고향집에 모여서 ‘통섭의 식탁’으로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