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찾아내기란 쉽지가 않다 일부러 찾으려 들면 더 눈에 띄지 않는다. 복도 바닥은 방금 걸레질을 한 듯 광이 나고 창문 창틀 손잡이 화장실 어디에도 먼지 한 톨 없는데 이 모든 일을 한 장본인들은 정작 찾아 볼 수가 없다.

“여사님” “미화 반장님“ ”아주머님“등으로 불리는 그들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넓은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청결하고 위생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본관과 별관 동으로 이루어진 문화예술회관의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하지만 언제나 반짝반짝 하루 종일 윤이 나게 건물을 돌보는 미화부 직원들

거제문화예술회관의 초여름부터 가을의 신 새벽은 미화반장님의 잔디 깎는 소리로 시작된다. 예술회관이 건립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미화반장님으로 근무하는 아저씨는 365일을 하루같이 5시30분이면 예술회관으로 출근하여 고요히 잠들어 있는 건물의 불을 밝힌다. 이제는 문화예술회관의 미화원 실이 집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는 미화반장님을 비롯하여 미화원 직원들 중 과반수가 회관 초창기에 입사하여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넉넉한 보수는 아니지만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을 가꾼다는 보람을 갖고 있다는 미화원 직원들이기에 그 자부심 또한 어느 누구 못지않다.
연중 기획공연, 대관공연, 기획전시 등을 비롯하여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 등 수시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회관이다 보니 늘 어질러지고 지저분해지기 쉬운 공간이다.

특히 대극장 콘서트 공연 시 특수효과로 객석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에는 공연이 끝난 후의 극장은 미화원들의 손길이 정신없이 바쁜 날이다. 객석 의자 밑에 까지 뿌려진 특수효과용 종이가루를 쓸어내는 일은 평소 청소 량의 두 배 이상으로 노동력을 요구한다.

더더구나 다음날 공연이 없으면 여유 있게 청소할 수 있지만 차기 공연을 위한 무대 장치가 설치되어야 하는 날에는 몇 시간 내에 전날 공연의 흔적을 말끔히 없애야 하는 그야말로 숨 돌릴 틈이 없는 중노동이다. 그러나 다들 5년 이상의 숙련된 손길로 몇 시간 만에 의자 틈새의 반짝이는 종이가루 과장봉지 등을 말끔하게 쓸어낸다. 과히 달인의 손길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지금은 예전만큼은 공연장 청소가 많이 수월해 졌다고 한다. 초장기에는 음식물이며 음료수가 여기저기 널려있거나 음료수가 쏟아진 카펫의 냄새를 제거하는 작업 등으로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공연장 입장 예절이 잘 지켜져서 먹을거리를 공연장에 들고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공연장을 청소해보면 관람객들의 관람 수준을 가늠하게 된다고 한다.

민첩한 손길로 회관의 여기저기를 쓸고 닦고 하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각자 준비해온 반찬으로 펼쳐지는 식사시간은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몸은 피곤하고 허기져도 내 집안을 청소한 것처럼 기분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노동의 보람과 함께 찾아오는 허기짐은 꿀맛 같은 점심으로 이어지고 곁들인 커피 한잔으로 휴식을 취한 후 오후부터는 각자 담당구역으로 청소를 나간다. 대극장, 소극장, 전시실, 수많은 계단, 복도, 공동화장실 등 매일 자신의 구역을 두 차례씩 돌면서 청소해야 한다.
수시로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예술회관이기에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일에 늘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는다. 의무감이 아니라 내 집처럼 예술회관을 아끼는 그들이기에 그 노동의 가치는 더욱 고귀하다고 할 수 있다.

옥상부터 가장 밑바닥의 저층까지 예술회관의 구석구석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고생스런 땀이 없다면 지금처럼 아름답고 쾌적한 예술회관의 환경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재단의 직원들이다. 관장님을 중심으로 기계실 직원, 무대, 음향, 예술기획, 관리운영부원들 그러나 예술회관을 이끌고 빛내는 역할이 이들만의 몫은 아니다. 예술회관의 모든 시설들을 청결하게 만들어 주는 미화부 직원들 또한 그 역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몸 어느 한구석이라도 제 역할을 못하면 문제가 생기듯이 말이다.

각종 예술 공연이 휘황한 조명아래 화려하게 펼쳐지는 예술회관의 무대 뒷면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시간에 쓸고 닦는 고된 일을 하지만 이들은 지역예술이 발전하는데 보탬이 된다는 긍지를 가지고 있다. 예술인들이 지역예술을 빛내듯 그들이 예술회관을 내 집처럼 돌보는 한 그들의 손길이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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