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자도 찝찝하다. 굴 수출 중단이유가 변(便) 때문이라니.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 중 제일 더러운 것이 ‘돈’과 ‘똥’일 텐데 말이다. 뉴스를 접한 시민들은 그것이 어민들의 ‘것’으로 의심할 것이고, 지자체에서조차 노로바이러스 오염원인을 “해역이용자들의 위생관념이 낮다”고 분석하고 있어 의심을 확인시켜줬다.

그러나 실제 양식업 현장을 취재해보니 양식업자들이 해상에서 용변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것으로 판단된다. 굴 수확이 시작되는 10월부터는 바닷바람이 그야말로 살을 베는 칼바람처럼 매서워 굳이 해상에서 밥 먹고, 용변하며 오래 있을 필요가 없다는 양식업자의 설명이 일리 있다. 장비와 기계들도 신식이라서 점심 전에 얼마든지 오전 작업을 마무리하고 뭍으로 나와 식사할 수 있는데 말이다.

어민들이 지적하는 가장 급한 문제는 낚시꾼들의 행태다. 현직 굴 양식어민에 따르면 거제만 해상 낚시규모는 하루 평균 50척 정도인데 정확한 인원수는 파악하기 힘들다고 한다. 낚싯배사업이 비교적 영세하고 개인적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사실상 어려운 탓이다. 하루, 길게는 이틀 동안 바다에 머무르는 낚시꾼들을 통제하기 힘에 부치는 어민들은 행정당국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남도를 비롯한 거제시, 굴수협 등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뜻을 밝혔다. 해경과 어선지도선을 수시로 바다에 띄워 감시·통제하고 분뇨의 바다유출을 막기위해 억 단위 예산을 들여 바다공중화장실, 하수처리시설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의욕에 비해 실효성이 적고, 이렇다 할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국에서는 꾸준히 현장 실태조사를 벌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대책회의를 연다고 하지만 어민들이 느끼기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거제 굴 산업은 겨울철 큰 일거리다. 어촌 시골마을에 고립돼 경제활동에 적잖은 제약을 받고 있는 이곳 아낙네들에겐 조선소보다 귀한 일터이자 삶의 현장이다. 올해 굴 수출이 재개되지 않는 다해도 이들에게 당장은 직접적인 피해는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태가 장기화 됐을 경우엔 굴 산업 전체가 뿌리 뽑혀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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