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도 ‘설치지역 관심 절실’ 강조
설치 후 관리체계 개선 필요성도 인정

CCTV는 어느 곳이든 있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얘기고 ‘필요악(?)’이 되버린 게 현실이다. 달갑지 않지만 공동체 질서를 위해선 받아들여야 하는 ‘문명의 이기’다. 강력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CCTV다. 범죄정황을 유추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CCTV를 비롯한 범죄예방 관련 사안에 관심이 높다. 그 누가 아닌 자신의 안전이 걱정되기 때문일터다. 거제지역은 어떨까. CCTV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실제 가동되지 않는 이른바 ‘공갈 CCTV’가 있다는 소문도 있다. 얼마나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고 있고, 실태는 어떤지 전문가를 찾아봤다. 일성정보통신 장길호 대표다.

“비교적 잘 돌아가고 있다 봅니다. 물론 개선점도 있겠지만요. 거제지역에 광범위하게 설치돼 있지요. 용도도 다양하구요.”

장길호 대표는 보안장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거제에서 일을 한지가 15년 가까이 된다. CCTV 설치 현황에 정통하다 볼 수 있다. 나름대로 거제시 행정과 경찰에서 최선의 운용을 위해 노력중이라 본다. 그렇다고 일이란 게 완벽할 순 없는 노릇이다. 최근 발생한 통영 한아름양 피살 사건에서 덜 알려진 일화가 있다 했다.

“안타까운 피해자인 한 양의 학교 인근이 조금 문제가 됐습니다. CCTV 4대 중 2대가 고장난 상태로 있었던거죠. 단순히 방치됐다고 볼 수 없는 게.. 이유라면 이유가 있었어요.”

장 대표에 따르면 CCTV 수리를 위해선 사다리차가 필요한데 차량이 한 번 움직일 때 마다 약 40만원쯤이 지출된다. 그런데 행정에서 예산집행, 그러니까 수리비용이 곧바로 처리되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보인단다. 행정이 발주처인 상황에서 업체는 을(乙)의 관계에 놓여 있고, 업체가 으레 서비스 개념으로 수리를 하는 경향이 크다. 문제는 서비스 개념이 관행처럼 되고, 처리비용이 만만찮다 보니 업체 입장에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업체로서도 부담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사후관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겠죠. 물론 저희는 그렇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 봅니다. 만약 어떤 지역에서 범죄가 발생했는데, 하필 주변 CCTV가 고장난 상태라면..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는 등 여파가 상당할겁니다.”

포항 등 일부 지자체는 시설 설치예산 총액 중 8%쯤을 유지관리예산으로 미리 책정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금은 아무 문제 없는 듯 보여도 행정과 업체의 관행이, 특정한 사건의 향방을 가름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장 대표의 진단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거제시도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있다하니, 보완이 되리라 봅니다. 중요한 건, 시 행정과 경찰, 업체의 인식공유라고 봐요. 특히 주민들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방범용 CCTV의 경우 거제시와 경찰의 분석하에 범죄동선을 판단해 주로 설치된다. 그는 제주도 올레길의 여성 피살사건 이후 CCTV 설치여론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었다. 구불구불한 숲길에 CCTV를 설치한다 해서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지역에선 입구에 출입 시스템을 갖추고 이용객들의 동선을 체크하는 장치를 갖추는 게 효과적이라 했다.

“CCTV가 많이 설치됐다지만, 골목길 곳곳을 일일이 커버하기는 아무래도 부족합니다. 범죄예상지역을 특정할 수 없는 문제도 있구요. 그렇다면,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을 우선하는 게 관건이겠죠.”

거제지역에도 그런 사례는 있단다. 농기센터와 농민들의 협의로 비닐하우스 인근에 CCTV를 설치했다든지, 칠천도와 가조도 등에서 차량번호 판별 목적 외에 행인들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민요구를 감안한 사례를 설명했다.

“미설치 지역에선 주민들의 뜻을 먼저 모으는 게 중요합니다. 지역주민이야말로 우범지대가 어딘지, 어떤 지점에 CCTV가 과연 필요한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저희 같은 전문가도 결정과정에 참여하구요. 주민-전문가-행정이 참여하는 체계가 잘 작동한다면, 효과적인 안전지킴이가 될겁니다.”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은 CCTV가 단서를 포착했지만 화면이 흐릿해 판별이 힘들었다. 보다 선명한 화질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장 대표는 강조한다. 다만 먼 거리까지 ‘줌 기능’을 확장할 수 있고 선명한 화질을 담보하려면 대당 가격이 비싸긴 하단다. 역시나 예산이 문제다. 그러나 단순히 이익을 취하는 게 아닌, 시민 입장에서 안전을 염두에 두는 장 대표 같은 전문가가 있기에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도 비교적 쉬울 것 같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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