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회가 참 볼썽사납다.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빚어진 ‘편가르기’가 도를 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른바 ‘케네디스코어’(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 내용을 보여주는 점수인 8대 7 스코어를 가리키는 말)가 야구장이 아닌 민의의 전당을 지배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총무사회위원장 재선거 역시 그랬다. 이날 선거는 사실상 찬반투표에 가까웠다. 입후보 자격을 갖춘 사람이 옥영문 의원 혼자였고, 그에 대한 신임(信任)을 묻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정견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른 옥 의원이 투표를 앞두고 “더 이상 언론에서 ‘코미디’라는 얘기를 들어선 안 된다”며 모양새 있는 출발을 당부했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코미디’로 끝나버렸다. 재적의원 15명 가운데 14명이 투표에 나서 8표(찬성)를 얻는데 그쳤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과반이다.

나머지 6표는 모두 무효(기권) 처리됐다. 발길은 기표소를 들렀지만 투표용지에 기표를 하지 않는 걸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런 까닭에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모 의원이 1표를 던졌다면 아마 ‘8대 7’로 결론 났을 거라는 게 의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옥 의원 바람처럼 ‘모양새 있는 출발’은 14표 모두를 쓸어 담아야만 가능한 명분이다. 합의제기관인 의회에서 ‘만장일치’보다 더 좋은 건 없다. 반대 진영의 총의(總意)가 그대로 드러난 마당에 ‘화합’과 ‘소통’이란 단어가 의회에 발붙일 틈은 현재로선 그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야구에서 8대 7이란 점수는 경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로 꼽힌다. 반면 시의회가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보여준 8대 7이란 결과는 이제 ‘짜고 치는 고스톱’과 의미가 같아졌다.

이대로 가다간 기초의회의 다양한 병폐 가운데 첨예한 사안을 두고 벌어지는 하나마나한 표결 사례를 빗대 ‘거제시의회스코어’(찬성 8, 반대 7 또는 그 반대 상황)란 듣기에도 민망한 용어가 자리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정치판의 케네디스코어인 셈인데 야구와는 달리 ‘안 봐도 DVD’란 점에서 전국적인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

이렇듯 6대 의회 후반기 원 구성은 무수한 생채기만 남긴 채 일단락됐다. 겉으로 드러난 갈등이야 지역정가의 상황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맘속에 담아둔 묵직한 앙금을 털어내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때론 그 반대 상황이 부지기수로 벌어지는 생물 같은 정치판이라지만 적어도 “거제시의회 만큼은 다르다”는 소리를 한번쯤은 들어봤으면 하는 게 기자 아닌 유권자 입장에서 내뱉는 진심어린 바람이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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