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에 건강도 적잖게 나빠져
사법피해 예방 위한 ‘공평수사’도 강조

예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손님들과 상담하는 김성출(37·수월동)씨. 중고자동차 매매업체에서 일하는 김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교도소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데도 표정이 그리 어두워 보이진 않는다. 그를 찾는 손님들의 매장 방문과 전화 상담도 연신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주변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무고(無辜)’한 사람을 ‘무고(誣告)’할만한 위인으로 보이진 않았다. 다리가 조금 불편하다 했다. 옥살이 후유증인 것 같다고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무고 혐의로 법정구속된 후, 대법원에서 ‘진실과 명예’를 겨우 되찾았다. 선고받은 실형에서 두 달 정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상처뿐인 영광’인 셈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침묵이 이어졌다. 억울한 옥살이의 소회가 어떠냐 묻자 말문을 잇지 못했다. 표정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라 했다. 중고차 거래로 친분을 트게 된 S씨 소개로 부동산을 구입했고, 그를 믿고 리모델링 등 처리를 맡겨뒀을 뿐이었다. 부동산 거래에 그리 밝지 못했다면 못했다는 게 실수였을 뿐이다.

자신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S씨가 김씨로 행세해 제3자와 전세계약을 했던 사실, 김씨가 부동산 매입 당시 자신의 주택을 금융권에 담보로 잡히고 이자 연체를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사실 등 명확한 정황증거들은 수사과정과 1, 2심 심리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

사기피해를 주장하며 S씨를 고소한 김씨가 S씨를 되레 무고했다는 ‘변함없는 판단’만 이어졌다. 2심까지 유죄판결, 대법원 상소까지 진행되면서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피 말리는’ 옥살이는 지속됐다. 형제자매, 처자식들의 고통도 작지 않았다. 옥살이는 어땠냐 물었다.

“다리를 펴고 앉을 수 없었습니다. 교도소내 분위기가 그랬죠. 잘 때도 몸 한 번 뒤척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편하게 앉을 수가 없어요. 무릎이 아파서요.”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물리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단다. 김씨를 구명하기 위해 그의 친형은 검사 및 판사출신 변호사를 두 명이나 선임해야 했다. 변호인들은 ‘증거들이 명백해 사건감도 아닌데다 2심까지 유죄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10%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도 2심까지 일사천리로 유죄판결. 2심까지 일관된 까닭에 마지막 대법원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극히 적어 보였다.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변호인들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자포자기할 판이었지요. 이대로 누명을 쓰고 실형을 다 살아야 하나 싶었습니다. 대법원이 진실을 밝혀준 것이죠.”

김씨가 무죄라고 판단한 대법원의 원심파기 환송과 환송심 판결은 명료했다. 말하자면, 정황증거들을 볼 때 S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한 김씨가 S씨를 ‘무고’했다고 보기 힘들고, 유죄를 선고한 1?2심 판결은 ‘위법 판결’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김씨와 가족들은 마지막에서야 진실을 되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S씨와, S씨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던 사람들이 미웠습니다. 내가 왜 여기 들어와 있는지.. 수사과정은 공평했는지.. 있는 그대로 얘기했는데도, 증거들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인지.. 나중에는 허탈감만 남더군요.”

그를 구렁텅이에 빠트린 사람들을 미워하는 감정은 없어 보였다. 사람들이 내 맘 같을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이 믿은 자신이 잘못이란다. 그래도 용서를 입에 올릴 순 없다 했다. 처자식과 형제자매들이 흘린 눈물을 생각하면 그렇단다. 그와 ‘악연’인 S씨를 향한 사기고소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도 모씨가 S씨를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저 뿐 아니라 S씨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이 아직도 나타나고 있어요. 더 이상 지역사회에서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수사기관의 수사도 공평하길 바랍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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