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제153회 거제시의회 1차 정례회는 가시 돋친 ‘입씨름’으로 가득 찼다.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설치 동의안’ 처리를 두고 의원들 사이에 오래도록 설전이 이어졌고, 툭하면 맥이 끊기기 일쑤였다. 5번의 정회와 속개를 되풀이하며 지루한 공방이 계속된 탓이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려는 소통의 노력보단 “내 얘기가 맞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다소 감정적인 어휘들도 더러 들렸고, 때론 목소리가 커지는 등 ‘점잖은 자리’(본회의장)에 어울리지 않는 ‘까칠한 언쟁’으로 지켜보는 이의 눈살을 구기게 만들었다.

급기야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안건이 본회의에서 처음으로 ‘의결보류’되기도 했다. 굳이 따지면 이날의 하이라이트다. 의결보류는 ‘안건을 더 논의하거나 다음에 처리(의결)하자’는 뜻이다. 안건이 본회의에 계류 중인 상태라 의장 직권상정 가능성 등이 있지만,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하는 건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기대했던 동의안 (원안)가결이 무산되자 의회를 나서던 권민호 시장은 강한 어조로 불만을 쏟아냈다. 시민단체와 의회를 싸잡아 겨냥했다. 굳이 몇 마디를 요약하면 ‘한 쪽은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고(시민단체), 다른 쪽은 소신이 없다(의원)’는 내용이었다.

오후 들어 속개된 회의에서도 냉랭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한기수 의원이 의회 밖에서 뱉은 권 시장 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과 또는 해명을 요구한 때문인데, 권 시장이 ‘의회 밖에서 한 말’임을 이유로 거부하고 나서 별 탈 없이 일단락됐다.

따지고 보면 이날 상황들은 서로 “이게 옳다”는 걸 굽히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측면이 커 보인다. 주장이나 의견은 달리하면서도 이를 조화하는 슬기가 필요한 셈이다. 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도 있잖은가. 너무 서두르면 아무리 좋은 일도 틀어지는 법이다.

곧 있을 상임위원장 선거를 끝으로 6대 의회 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된다. 당적에 관계없이 오롯이 이해득실에 따라 표심이 움직이는 까닭에 수많은 생채기를 남길 게 불 보듯 하지만 남은 임기만이라도 잡음 없이 잘 굴러가는 ‘의회상’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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