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류작가 야마자키 도요코가 쓴 ‘불모지대(不毛地帶)’란 소설이 있다. 전후 폐허가 된 일본이 경제적으로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를 소설화 시킨 걸작이다.

이소설의 주인공인 이키의 실제모델인 세지마 류조(1911~2007)는 일본육사를 차석으로 졸업하고 태평양전쟁당시 일본군 총사령본부인 대본영과 관동부 사령부에 근무하다 소련군의 포로가 되어 11년의 포로생활을 했다. 1956년 석방되어 귀국한 그는 1958년에 당시 군소 섬유업체인 이토추 상사에 입사해 회사를 세계적인 무역회사로 키워내는 주역이 되었고 1978년에는 회장이 되었다.

그는 귀국 후 사회에 다시 진출하기 전 포로생활 11간의 공백을 메울 방법을 생각한 끝에 지나간 신문을 보기로 작심을 한 후 2년간 도서관에 나가 11년간의 신문을 광고까지 구석구석 보면서 현실감각을 살리고 사회흐름을 따라 잡았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는 것 보다 신문을 보는 것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종종 후배들이 나에게 세상변화를 따라가는 상식과 자신의 관점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 나는 항상 좋은 신문을 매일 꼼꼼히 보라고 말한다.
내가 처음 거제에 왔을 때의 일이다.
개인사무소를 열면서 거제의 경제동향, 도시계획관련 공람공고 등 거제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이때부터 거제 지역신문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없고 딱딱하던 지역신문도 서서히 익숙해지고 내가 하는 일과 연관되니 흥미가 커졌다. 신문읽기는 여가 활용이 아니라 매일 소화해야 하는 필수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하루라도 신문을 읽지 못하거나 방송을 듣지 못하면 답답해서 견디기 어렵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그런 일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참으로 궁금해 한다.
21세기는 정보화시대 라고 한다. 필요한 뉴스와 정보를 남보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얻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갈리는 세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신문을 매일 읽어야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새거제 신문이 지령(紙齡) 600호를 맞았다.
1999년 2월 3일 창간호를 낸지 13년 139일 만이다. 그동안 인터넷신문의 난립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거제 지역사회의 성장과 함께 발전해오며 소통의 창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결과다.
IMF외환위기-유럽발 금융위기-고유가 행진- 조선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경제적 질곡을 헤쳐 나오며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새거제신문의 가치는 그 어느 때 보다 빛을 발하고 있다. 지역 언론발전에 큰 공헌을 해온 새거제신문 지령 600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아울러 몇 가지 바람을 부탁하고자 한다.

첫째, 좋은 기사가 새거제신문 지면에 넘쳐나기를 바란다. 좋은 신문이란 좋은 기사에서 출발한다. 좋은 기사거리나 기획은 효율적인 취재를 통해서 뒷받침되어야한다. 취재가 신통치 않으면 기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되고 기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즉, 효율적인 취재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좋은 건축자재를 확보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둘째,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전략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내용의 글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기도 하고 외면을 당하기도 한다.
기사 작성자는 정성을 다해 썼을지라도 독자에게 무료하고 복잡다단하게 느껴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셋째, 종이 신문은 무엇보다도 신뢰성 있는 기사편집으로 인해 인터넷신문보다 좀더 검증된 기사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민주 공모로 탄생된 새거제 신문이 지금까지 해온대 로 앞으로도 주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정정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왜곡된 정보를 잘 걸러 낼 수 있는 신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넷째, 창간 이래 변함 없이 지켜온 ‘시민에 의한 신문’ 의 자세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의 삶을 비롯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선량한 이웃들이 새롭게 조망 받는 참신하고 알찬 소식을 많이 다뤄줬으면 한다.

끝으로 좋은 신문은 호기심과 오락성에 영합하는 신문과 다르며 상업주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신문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하지만 사회를 있는 그대로 비추지 않고 어두운 곳을 파헤쳐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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