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는 지난해 11월께 한국은행 경남본부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교류·협력’협약을 맺었다. 두 기관은 향후 3년간 조선산업 발전과 관련해 현안 과제를 발굴·연구하고, 조선뿐 아니라 지역 경제 현황의 각종 정보를 공유, 수시로 정책간담회를 열어 긴밀한 협조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 14일, 협약 체결 7개월 만에 한국은행과 거제시가 공식적인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지역 기자들도 참관해 정책 토론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시간 가량 간담회를 지켜본 기자들은 다소 심드렁했다. 기사거리가 별로 없어서였을까. 다음날 각 언론사로 전달된 보도자료에도 간담회 내용은 별로 없었다.

참관인으로서 간담회를 평가하자면 거제시와 한국은행이 준비한 자료는 본인에게 상당히 유익했다. 거제시의 자료에는 현재 지역의 경제 상황과 시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업이 정리돼 있었고,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종래 비효율적이었던 개별지표 흐름 분석을 보완해 세계 조선경기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조선경기종합지수(Shipbuilding Business Index, 이하 SBI)를 개발해 선보였다.

다만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일방적인 질의응답식의 토론이다. 한국은행 측이 경제 전문가이긴 하지만 지역경제를 의논하는 자리에서만큼은 시청의 지식과 지혜가 더 깊지 않을까. 마치 은행직원을 붙잡고 대출 상담하는 고객처럼 “타 지역과 조선산업 경쟁이 과열되는데 괜찮을까요?”, “중국의 저가수주가 위협적인데 어떻습니까?” 등 묻고만 앉아 있는 모습이 답답해 보여서 하는 말이다.

더구나 조선산업도시 거제시에서, 조선산업 경기를 논하는데, 조선 전문가 한명 없이 간담회가 진행 된 것에 대해 이 간담회가 진정 실효성에 목적을 둔 것인지, 아니면 대언론 홍보용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사실 이날 한국은행측이 언급한 내용도 지난 17일 전국에 보도됐었기에 구태여 거제시의 조선경기를 위해 분석했다고는 볼 수 없다.

차라리 이날에는 시청 측이 회의를 주도해 지역 전반에 걸쳐 진행 중인 사업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에 조언과 지원을 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거제시가 준비한 자료는 지역물가 안정·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지원·중소기업 육성 자금 지원·공공일자리사업 등 서민의 생활과 직결된 7가지 주요사업들을 담고 있어 이에 대해 오랜 시간 심도 있게 대화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자리가 됐을 것이다.

어찌 보면 점심식사 1시간 전인 11시에 간담회가 시작됐었다는 것부터가 별로 대단치 않은 자리였음의 복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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