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감독이 조언하는 거제축구부흥과 미래

어느 분야에도 ‘전설’ 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 ‘전설’들에게 조차 ‘전설’로 불리는 대한민국 축구의 아버지, 김호(68)감독이 최근 후진양성을 위해 고향통영으로 낙향해 화제다.
수원 전관왕 달성, 2무 1패로 아쉽게 16강에 오르지 못했던 94월드컵, 2008년 한국 프로축구 사상 처음 이룬 200승의 금자탑, 2010년 AFC가 선정한 ‘한국 감독들의 아버지’, 그리고 수원의 아버지로 불리던 9년 동안 수원삼성에 안겨준 13번의 우승컵(아시안컵 포함)과 한국축구 발전의 공으로 받은 국민훈장 등이 김 감독의 화려했던 축구인생을 대변한다.

그런 김 감독이 지난 8일 본사를 방문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반용근 본지 사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는‘고독한 승부사’ 혹은 ‘영원한 야인’이라 불리며 일생 축구 밖에 모르는 ‘축구대통령’으로 평가받아왔다.
통영에서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는 김 감독은 최근 시들해진 경남축구의 부흥을 모색 하던 중 가장 가능성 있는 열쇠를 거제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거기다 수원감독시절 김감독은 자매회사인 삼성조선소 운동장을 자주 찾았다. 전지훈련장소로 거제를 방문할 때 마다 김감독은 거제축구의 가능성에 늘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축구발전을 위한 ‘쓴소리’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서부경남 지역에서 축구라는 아이템으로 새로운 신화 창조를 이룰 가장 적합한 도시가 거제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17번째 K-리그 구단 유치 가능한 도시 거제

김감독은 k-리그의 17번째 구단이 생긴다면 가장 적합한 곳이 거제지역이라고 내다봤다.
프로축구단 유치는 인구 30만 정도의 도시와 스폰서(기업), 기반시설, 지역시민들의 축구열기 등의 조건이 붙는데 김감독의 생각엔 거제가 이 모든 조건에 부응 한다는 것이다.

특히 거제축구의 역사와 전통 거제출신의 뛰어난 축구인, 조기축구를 비롯해 전국 어느 지역 보다 활성화 된 생활축구가 기반이 된다면 프로축구단의 성공적인 유치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스폰서의 경우 양대 조선소와 거제시민의 소득수준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하며 기반시설의 경우 프로축구 구단의 연고지에 비해 떨어지지 않지만 현재의 시설정도로 프로축구의 전지훈련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미래를 생각해 마케팅 등을 통해 더욱 체계적이고 검증된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축구단 유치, 자금보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김 감독은 “100만원짜리 선수를 1억원짜리로 만드는 게 기술자”라는 표현을 자주했다.
프로축구단의 운영에서 가장 큰 자금이 필요로 하는 곳이 선수들의 몸값이다. 현재 k-리그 부자구단의 경우 수억원이 넘는 이른바 A급 선수들이 수두룩하지만 평균 연봉이 1억 이하로 구성된 구단도 많다.
그러나 50여년의 축구 인생을 살아오며 선수발굴의 귀재로 ‘축구 사관학교 교장’으로 까지 불린 그의 이론은 남달랐다.

K리그 출범 이듬해인 1984년 한일은행 축구단 감독을 시작으로 대전시티즌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나기 까지 25년, 지도자로서 통산 207승을 거두는 동안 그는 무수히 많은 무명선수를 스타선수로 키워왔다.
김감독은 “많은 자금으로 비싸고 좋은 선수로 팀을 꾸린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가능성 있는 선수로 팀을 꾸리고 키워나간다면 연간 30억원 정도면 실업팀을 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또 “거제에도 배 만드는 기술자가 있듯이 나도 기술자다. 100만원짜리 선수를 1억원짜리로 만드는 게 바로 축구기술자가 할 일”이라며 “처음부터 성과를 올리는 축구단보다 연고지와 함께 성장하는 프로축구단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고 선수육성과 훌륭한 지도자만 있다면 적은 자금으로도 충분히 좋은 팀을 꾸려 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유망주 육성이 거제의 미래

하지만 김감독은 거제지역 프로축구 출범 등에 앞서 거제시와 거제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선행돼야 할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꿈나무 육성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축구부가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키워주고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까지 예방 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일본축구가 우리나라 축구수준을 앞지르고 있는 것도 한국축구가 꿈나무 육성에 너무 무관심 했던 탓이라며 미래 꿈나무 육성이야말로 거제축구의 미래를 살찌우는 일이고 그만큼 중요한 과업이라고 조언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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