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은 최신 의료기술로 잘만 치료하면 수술 시 통증과 입원기간을 현격히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발도 거의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흔히 치질이라 부르는 치핵(hemorrhoid)은 항문 안팎에 생기는 항문외과적 질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발병 부위 탓에 창피하게 여겨 드러내 놓고 증상을 호소하지는 않지만 30대 이상에서 세 명 중 한 명꼴로 발병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흔하다. 어떤 이는 실제 치질이 있어도 증상이 없어 정작 본인은 치질이 없다는 착각 속에서 생활하시는 분들도 많다. 충분히 이해는 가는 부분이다. 증상도 없는데 일부러 치부로 여기는 항문을 자발적으로 검사 받으러 오시는 분은 거의 없으니까? 사실 치질은 초기에 치료하면 아주 간단히 치료할 수 있지만 병원에 가는 것을 꺼려해 참고 지내다 병을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아 대장항문전문의사로서 안타까운 경우를 임상에서 흔히 경험한다.

치핵은 항문 속의 혈관이 어떤 원인에 의해 확장되면서 혈관을 덮고 있는 항문점막이 늘어나고 커지면서 마치 혹처럼 생긴 질환을 말한다. 심할 경우 항문에서 출혈이 발생하거나 거의 말기에는 점막이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며 그제서야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항문은 한 번 수술을 잘 못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후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수술을 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항문외과의사들은 아주 심하지 않으면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간단히 치료하는 방법을 권하고, 환자는 그런 방법을 당연하다고 여겨 순순히 따른다. 그다지 아프지 않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크게 주지 않으면서 완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번 시술을 받아야 하는 단점은 있다.
국내 항문외과의사가 주로 권하는 근치적 치핵수술은 2~3일 입원해야 하고 2주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고 고통이 어느 정도 따르지만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권하는 것이 의사로서 당연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런 원칙들에 억매일 것이 아니라 유연성을 발휘해 상황에 맞게 적절한 수술법을 취하면서 환자들에겐 유리한 치료법들을 적용시키는 것이 훌륭한 대장항문외과의사라고 생각한다. 이는 치질마다 ‘심한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고’, 환자와 증상에 따라 치질 치료가 달라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환자에게 고통은 줄여주고, 완치율은 높일 수 있는 항문수술법들은 지금도 계속 연구가 진행 중에 있고 이와 더불어 수술방법이나 약제의 개발이 과거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항문수술은 고통스럽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환자 자신의 항문상태를 정확히 점검 받은 후에 치질 치료계획을 세워도 늦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ㆍ약력
외과 전문의
대장항문외과 세부전문의
대장내시경 세부전문의
일본 다까노 항문병원 연수
프랑스 낭시 중앙대병원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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