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입검정고시 합격증을 내보이는 정수선씨.

‘공부하는 할머니’로 통해…2년만에 대입검정고시 합격

딱 2년만이다. 2010년 이맘때 만났었던 정수선(70·장평동)씨.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한 기쁨을 누릴 때였다. 그녀는 내친 김에 대입검정고시 합격을 벼르고 있었다. 2년내 합격을 자신했다. 자신감은 현실로 적중했다. 대입검정고시 합격은 물론이요, 이제는 대학에서 한문학을 전공해 한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공부하는 할머니’로 통하는 정씨는 노년의 ‘롤모델’로 스스로를 완성시켜 가고 있었다.

“공부는 나이와 상관 없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대입검정고시도 도전하겠단 마음을 먹었지요. 저도 대학신입생들처럼 스무살의 마음으로 공부해야죠.”

정씨의 인생은 ‘근면’ 그 자체였던 걸로 보인다. 본지에 2년 전 소개됐듯, 스무살 처녀 시절에 결혼해 생계를 직접 도맡아가며 가정을 올바르게 지켜내느라 분주했던 세월이었다. 그래도 ‘향학열’은 늘 가슴속에 잠재해 있었다. 아들 3형제를 공무원으로 어엿하게 성장시키고 이제는 한 숨 돌릴법 하건만, 공부에 대한 열망을 다시 끄집어냈다. 지난 2008년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해 책을 파고들었다. 고입검정고시는 1년여 만에, 대입검정고시는 2년만인 지난 15일 합격해냈다.

“한문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학원에 다니면서 한자검정시험도 봤는데 3급에 합격했었거든요. 공부하는 즐거움이 크지요.”

아들의 도움으로 한자 시험지로 공부했고 어학에 재미를 붙였었다. 이제는 책이 ‘연인’이다. 학문의 즐거움을 진정 깨친 듯하다. 어려운 과목도 있었다. 누구나 어려워할만한 ‘수학’이었다. 한창 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도 버거워할진데, 오죽했으랴. 강사의 격려에 다시 집중했단다. 방정식과 로그, 함수 등 어려운 수학개념들을 하나하나 익혀가면서 ‘수학은 너무 어렵다’는 느낌을 극복해갔다.

한문학 전공이 목표지만 어학에도 관심이 컸던 만큼 영어공부도 틈틈이 한다. 손주들에게 일일이 물어가며 읽는 법을 배웠다. 거제시 여성회관 영어교실에서 ‘왕초보반’ 반장도 맡았었다. 아들 천정완(거제시 공무원)씨가 선물한 전자사전까지 사용해가며 어학 삼매경에 빠질 때도 많다.

“내년 쯤에 부산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생각입니다. 영어를 전공하려다 고심 끝에 한문학으로 전공을 결정했지요. 대학을 졸업하면, 저처럼 배울 기회를 놓친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도 해보고 싶어요.”

정씨의 향학열은 ‘자기만족’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홀몸노인을 자신에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올 정도로 이타적인 우리네 이웃이기도 하다. 봉사활동에도 무척 열심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성취를, 지역사회를 위해 환원하겠다는 마음을 지닌 것도 당연해 보인다. 노년의 ‘재능기부’이자 나눔문화에 동참하는 셈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공부는 혼자해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가장 멋진 놀이라고 생각해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의 공부사랑은 계속될겁니다.”

대학을 거쳐 한문학에서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게 꿈이라는 정씨. 훌륭한 어머니를 둔 아들들도 그녀를 무척 자랑스러워할 게 자명하다. 몇 년 후, 여성회관 등 여러 기관에서 시민들에게 한문학을 가르치는 풍경이 기대된다. 그 모습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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