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개운하지가 않다. 인수 대상인 배가 흥남철수작전 때 1만4000여 명의 피난민을 장승포항까지 실어 나른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가 아니기 때문이다. 메러디스 빅토리는 지난 1993년 고철용으로 중국에 팔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시가 배를 굳이 사려고 드는 건 ‘태생’이 같다는 것과 호국평화공원 사업의 핵심(전시관)이란 이유에서다. 메러디스호와 같은 제원(동급 모델, 7600t)에다 흥남철수작전에 참여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결국 배를 인수해 전시관으로 꾸미지 못하면 ‘안 하니만 못한’ 상황이 되는 셈이어서 ‘오리지널’과 비슷한 닮은꼴이라도 들여오겠다는 걸로 읽힌다.

이처럼 시가 빅토리호 인수에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지만, 시의회의 부정적 의견 등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현재 레인 빅토리(로스앤젤레스), 레드오크 빅토리(캘리포니아), 아메리칸 빅토리(버지니아) 등이 남아 있는데, 한국전쟁 당시 군수품 등을 옮긴 레드오크와 아메리칸 보다 피난민을 수송한 레인 빅토리를 유력한 인수후보에 올려놨다.

하지만 3척 모두 현지에서 박물관과 기념관 등으로 쓰이며, 일반에 유료로 개방되고 있어 협상이 순탄치 않을 걸로 예상된다. 더욱이 시가 눈독을 들이는 레인 빅토리는 매년 여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연안 크루즈 역할도 하고 있어 걸림돌이 더 많은 상황이다.

예산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쓸 돈이 없어서 올 1회 추경 편성조차 7월로 미룬 마당에 130억 원(선박 인수·예인·보수·전시 비용)이나 되는 관련 예산은 또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실제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사업비 280억 원 가운데 사실상 지원이 결정된 건 ‘경남도 모자이크 프로젝트’ 선정에 따른 100억 뿐이다. 나머지는 국비(50억)와 시비(130억)로 채워야한다. 시작부터 적잖은 ‘혈세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있는 그대로(사실)의 기록이다. 비슷하거나 닮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 작전을 성공시킨 배로 인정돼 2004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보존’과 ‘복원’이 다르듯 사라지고 없는 걸 대신할 수 있는 건 그 어디에도 없다. 권 시장의 ‘귀국 보따리’가 사뭇 기대된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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