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조기정착 위해 물심양면 헌신
지역사회 안정에 실질적 노력도 다짐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을 ‘새터민’이라 한다. 편의상 용어겠지만 어쩐지 구분 짓는 표현으로 다가오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새 터’에서 다시 인간다운 삶을 꾸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내려온 이들이다. 그들은 지역사회 곳곳에서 일상을 겪어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힘겨울 수 있는 그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민 단체가 있다. ‘거제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다. 이름에서 왠지 딱딱함이 묻어날 법 하다. 딱딱해 보이는 이름과는 달리 회원들은 특별하면서도 따스한 임무를 맡고 있다. 부위원장을 거쳐 위원장으로 2년간 일해온 김종호(대우조선 사내협력사 ‘(주)신동양’ 대표이사)씨는 그들과 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가 됐다며 웃음 지었다.

“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거제경찰서 산하 보안협력위원회에도 참여하게 됐죠. 5년전 쯤부터 새터민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새터민 지원 외에도 여러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회사 CEO는 각종 단체 회원은 물론, 수장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친목도모가 단체 활동의 이유가 될 때가 적잖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사천향우회장’을 오래 맡기도 했던 김종호 위원장 역시 주변의 소개와 추천으로 보안협력위원회 활동을 하게 됐다. 그러다 새터민들과 마주하게 됐고, 이제는 그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아픔에 동감하고 그들의 애로를 경청하면서 동화됐기 때문이었다.

“보안협력위원회라는 게 사실 그렇죠. 국가안보라든지, 보수적 가치를 지켜내고 지향하는 게 단체 취지나 목표였달까요. 물론 이런 가치들도 중요하지만 시대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본적인 가치공유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지역사람과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건전한 방향을 선도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거제지역에는 25세대 28명의 새터민들이 정착해 있고, 이들의 경제적 지원과 취업 알선, 범죄피해예방과 행정적 지원 유도 등을 꾸준히 도맡고 있는 게 보안협력위원회의 현재 모습이다.
새터민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 돕기 등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기도 하다.

새터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가슴 아팠던 기억도 털어놨다. 삼겹살집에서 일하던 새터민 여성이, 적잖게 발생하는 잔반들을 보고선 잔반들이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되거나, 가축들의 사료로 쓰이기도 한다는 얘기에 “북한 주민들은 가축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데..”라며 눈물을 쏟는 모습에서 북한의 실상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대북지원과 관련해 북한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은 전혀 없다는 증언도 들었다며 분개했다.

“처음엔 그들도 저희들을 경계했지요. 경찰 조직이라서 그런지 거부감을 느꼈을겁니다. 그들의 아픔을 같이 한다는데 초점을 두고 거리를 좁히려 노력했습니다. 마음을 서로 열면서 자주 만났고, 이제는 스스럼없이 어울립니다.”

김 위원장과 회원들은 새터민들의 생계, 자녀 교육문제, 문화적 교류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 거제지역의 만만찮은 집값 탓에 새터민들의 ‘주거문제’가 최대 난제라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거제시의 정책마련도 그래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로 허물 없는 사이가 되면서 요즘은 식사 후 함께 어울려 노래방을 찾기도 한다. 새터민들과의 원만한 교류가 알려지면서 타 지역 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의 벤치마킹도 잇따른다. 김 위원장은 새터민,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을 넘어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문제에도 관심이 크다. 경찰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산하 단체로서,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팔각회 등 관련단체와의 공조도 강화할 생각이다.

“아이가 있는 새터민 엄마에게 말하곤 합니다. 엄마도 꿈을 가져야 하지만, 아이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길 바란다고.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형제요, 자매 아닌가요.”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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