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에 고현 사시는 보살님이 친정에 갔다 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연세 많으신 친정 어머님께서는 딸에게 ‘말을 하고 싶으면, 소를 붙들고 해라.’라고 말씀을 하시더라는 것이다. 새해 덕담 같기도 하고, 그분이 세상을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체득해서 얻은 지혜로운 말씀 같이 느껴졌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서 표현하면서 세상을 살아간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좋은 말 한마디는 나도 즐겁고 주변도 행복하게 만든다. 그러나 말 한 마디 잘못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서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말조심을 하고 살라는 뜻으로 간단하게 해석을 해본다.

인간이 문명사회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부류와 부파(部派)가 생겨난다. 각각의 부파에서는 각각의 사상이 나타난다, 각자의 사상적 입장에서 무슨 주의(主義)니, 무슨 논(論)이니, 무슨 관(觀)이니 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사상이나 견해가 가장 올바른 진리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사상과 견해에 대하여서는 믿지 않거나 비판적이면서 부정적인 논쟁을 일으킨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견해라는 것은 대부분이 인식의 범위 혹은 정보습득의 범위 내에서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분명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내가 ‘안다’라고 하는 것이 진리의 한 면만을 파악하고 있다고 볼라치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참’이라고 고집하거나 단정 짓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무엇 무엇이 옳다(是).’ 혹은 ‘무엇 무엇이 그르다(非).’라고 단정 지어서 주장하거나, ‘자신의 소견이 진실이다.’라고 강요를 한다면 위험천만일 수도 있다.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게 된다면, 아만심에 사로잡혀 아집(我執)에 빠져들게 된다. 결국에는 고정된 편견으로 편협함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되고, 종래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망하게 하는 망집(妄執)에 빠져들게 된다. 실상(實相)에 대한 그릇된 자각(自覺)으로 모든 것에 대하여 자기중심적인 주장을 할 때, 자기의 편익을 우선적으로 고집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된다. 이기심은 경쟁심을 유발하고 이로써 모든 대상을 적(敵)으로 만들면서 스스로를 외롭게 만든다. 지나친 이기심과 경쟁심 때문에 불안과 갈등은 자꾸 생겨나고, 상생과 공존 혹은 조화가 깨어지는 처량한 비극을 만들기도 한다.

시비(是非)는 자신의 독선적인 견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가 이렇게 학습하고 경험했기 때문에 내가 인식하고 있는 견해가 반드시 ‘옳다(是).’라는 생각과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견해에 대해서는 ‘아니다(非).’라는 생각에서 시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무엇이 ‘참’이며, 무엇이 ‘거짓’인가? 또한 누구의 말이 ‘참’이며 누구의 말이 ‘거짓’이겠는가? 각자의 견해는 본질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서로서로 다른 것을 어찌 ‘맞다’ ‘틀리다’라고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새상의 모든 것은 단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시비를 간혹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의 사견(私見)을 진리라고 착각하거나 우기는 사람들은 시비를 좋아한다. 복잡하고 혼동된 견해와 대립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시비를 좋아한다. 자기 자신을 깨끗하게 보일려고 남들의 단점이나 약점을 말하는 사람들도 시비를 좋아한다. 담론을 펴는 듯하면서 진실을 왜곡시키거나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시비를 잘 일으킨다.

분리된 견해와 분리시키는 견해들이 시비를 만든다. 여하튼 시비를 좋아하거나 일으키는 사람들은 자아완성의 길에서 영원히 멀어지게 되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기 쉽다. 자신을 드러내거나 돋보이게 하기 위한 욕망과 집착으로 시비를 위한 알음알이는 대악지식(大惡知識)이요, 악업(惡業)의 기초가 될 것이다. ‘상법결의경’에서는 자기 자신의 소견을 고집하여 글을 따라 뜻을 취하는 게 아닌 것을 바른 것이라 하고, 바른 분별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엄격하게 가르치고 있다.

수행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십중금계(十重禁戒) 혹은 십중대계(十重大戒) 중에서 제6중계는 불설과죄계(佛說過罪戒)이고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제7중계는 불자찬훼타계(不自讚毁他戒)이며, ‘나를 칭찬하고 남을 헐뜯지 말라’는 뜻이다. 제8중계는 불간계(不?戒)인데, ‘내것을 아끼려고 남을 욕하지 말라’는 뜻이다. 생각과 말로서 짓기 쉬운 죄업에 대하여 아주 무거운 계(戒)로 가르치고 있다. 시비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전체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바른 안목은 진리를 바르게 보는 눈을 말하며, 우주만물을 의미하는 일체(一切)를 통달하는 깨달음에서 나온다.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적인 관념으로 실상(實像: 진실, 궁극, 완전 등으로 해석)을 확연하게 깨우침으로 편견과 시비를 벗어나 대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상대의 견해를 무시하거나 소홀하게 대하면 상대방도 자신의 견해를 무시하고 시비를 하게 된다. 적어도 자기 자신의 생각이 소중하다고 여겨진다면, 다른 이의 생각도 소중하게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