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자력발전, “안전신화”는 깨어졌다
부산을 비롯한 동해안의 선거민심이 심상치 않다. 고리원전의 정전사고가 조직적으로 은폐된 사건이 알려지고, 신고리원전까지 시운전중에 정지한 이후 속속 탈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거철이다 보니 심지어 여당의 국회의원 후보들까지 노후원전의 가동중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MB정부의 원전확대정책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셈이지만 지역의 표심은 원전폐쇄를 요청하기 때문이다.

탈핵이 정치인의 입에서 제대로 된 약속으로 나온 것은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폭발로 원자력 안전신화가 깨어진 지 1년 만의 일이다. 백두산에 원전건설을 추진하던 중국마저 원전정책을 재검토하고 있고, 일본은 안전점검을 위해 1기를 제외한 모든 원전의 가동을 멈춘 것에 비교하면 너무나 더딘 반응이다. 서울시장이 원전1기에 맞먹는 전기를 절약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겠다는 게 유일하다.

우리의 현실을 알면 알수록 한국의 원자력 안전신화는 이미 산산조각 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리원전은 정전사고가 나면 냉각수를 공급하지도 못할 정도로 시설이 노후화된 상태이고, 냉각수도 이미 100도를 넘어 일본처럼 바닷물이라도 부어 식힐 수도 없는 처지이다. 자칫 냉각로와 원전에 균열이 가면 후쿠시마원전처럼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고리원전은 후쿠시마처럼 쓰나미나 지진이 없었다는 점과 다행히 정전사고가 노심이 녹는 “용융(melt down)”상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비록 거제에는 발전소가 없지만 60~80킬로미터 밖에 고리원전이 있는 지역이다. 후쿠시마원전폭발이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거제는 피난을 떠나야 하는 지역이 된다. 원자력 안전신화가 무너진 지금 우리의 표심은 과연 어디를 향할까? 4.11총선에서 그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본다.

4.11총선, 시대의 가치에 투표하는 선거로 진일보
“탈핵 대 찬핵”이 대결하고 있는 이번 4.11총선은 원전폐쇄 이외에도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시대의 가치에 투표하는 선거이다. 대표적인 예가 “친재벌 대 탈재벌”, “친FTA 대 탈FTA”, “친원전 대 탈원전” 공약일 것이다. 모두 MB정부의 “747공약”이 낳은 재벌특혜, 친미외교, 4대강공사, 원전확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띤 것들이다.

돌아보면 국민들이 “747공약”에 혹했던 지난 3년 동안, MB정부는 국가성장목표를 7%로 고정한 채 친재벌 일변도의 정책만 고수했다. 국제금융위기 속에서도 환율정책과 대기업 세제지원, 재벌특혜, 부자감세는 지켜졌으며, 4대강공사, SSM확대, 제주해군기지건설, 원전확대 등이 대표적 특혜사업이 되고 있다. 대통령과 학연, 지연, 종교가 같은 사람들이 뿌려주는 특혜는 공사를 맡은 대기업들에 고스란히 안겨진 셈이다. 그 결과 MB정부하에서 세금감면혜택의 85%는 재벌대기업이 가져갔고, 한국의 대표 재벌 삼성의 자산은 88조로 증가했다. 반면 정부-공기업 부채는 800조를 넘고 가계부채는 1000조를 넘어섰다.

시대의 가치를 놓고 투표해야 하는 이번 4.11총선은 정당별 비례대표1번 여성의 경력으로도 뚜렷이 구별된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1번이 MB의 그림자를 드리우듯 여성 핵전문가를 내세운 반면, 야당들은 우리나라의 소외된 그늘을 비추듯 노동자(민주통합당), 농민(통합진보당), 반핵운동가(녹색당)를 내세우고 있다. 원전산업계와 대비되는 이 시대의 가치가 노동, 농업, 환경으로 대비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공약과 정책들이 맞서고 있는 4.11총선은 사실상 재벌에 대한 지원의 악순환을 끊을 것인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라 정리할 수 있겠다.

이렇듯 시대의 가치가 충돌하고 경쟁하는 이번 선거의 숨은 재미에는 SNS라고 하는 새로운 놀이도 한몫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상징되는 소셜네트워크는 이번 선거에서 합법적인 선거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인맥만들기도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실세를 찾아 몰래 작전을 벌이듯 조직원을 동원하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는 얘기다. SNS사용자들은 정치인의 공약과 정책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전파하면서 선거를 즐기고 있다. 젊은이들에겐 선거를 즐길 모처럼의 기회이고, 어르신들에겐 시대에 적응하며 젊음의 열기를 경험할 좋은 기회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살아가면서 보통 40여 번의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고, 선거유세를 듣고 봐야 하는 공식선거기간만도 대략 2년이다. 예비등록 등 선거기간 이전까지 포함하면 7~8년은 선거에 관한 뉴스와 정보에 노출되는 셈이다. 한 마디로 우리 인생의 10분의 1은 선거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속하는데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제19대 국회의원에 거제 지역은 새누리당의 진성진 변호사, 야3당(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단일후보 김한주 변호사, 무소속의 김한표 3인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모두 지역의 일꾼이라 자칭타칭하고 있으니 좀 새롭게 선택의 기준을 찾아봐야 선택이 가능할 정도이다. 과연 누가 이 시대의 가치를 끌고 갈 사람일까? 과연 누가 MB정부를 심판하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희생할 사람일까? 이제 심판은 다음 주 수요일 선거에서 내려지게 된다. 4월 11일 선거가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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