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목초교에 골동품 등 소장품목 80여점 기증
오랜기간 봉사의 삶에서 우러난 '나눔가치' 실현

“옛말에 나이가 들수록 말은 줄이고 허리끈은 풀라는 말이 있잖아요.”
최근 평생 모으고 아끼던 소장품을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쾌척한 이채숙씨(여.59)를 만났다.
그녀는 지난 달 22일 진목초등학교(교장 김영한)를 찾아 평생 취미생활로 모은 소장품 80여점을 기증했다.
기증품 대부분은 평소 그녀가 애지중지 아끼며 모으던 것으로 신라시대부터 근대까지 지금은 잊혀져가는 선조들의 생활상을 가늠 할 수 있는 골동품들 이었다.

그녀는 30여년 전 조선소로 직장을 옮긴 남편을 따라 거제에 자리를 잡았다. 달셋방부터 시작해 지금 번듯한 건물을 세우기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악착같이 살아 온 그녀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거제지역에서 초야의 봉사를 펼치고 있는 해금강로타리클럽에서 10년이 넘는 활동을 해왔고 회장직까지 역임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단체 및 행정에서 주는 표창과 상패가 집안 여기저기를 장식할 정도로 봉사활동에 매진했던 적도 있었지만 세월은 그녀를 비껴가지 않았다.
봉사활동을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기엔 그녀는 너무 지쳐 있었던 것. 하지만 그녀가 삶을 살아오면서 배워온 교훈은 잊지 않았다.

나누고 베푸는 삶이야말로 인생의 참 삶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녀의 골동품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여 년 전 중곡초등학교가 막 개교 할 무렵에도 전시공간이 비어 있던 것을 본 그녀는 거리낌 없이 30여점의 소장품을 내놓았다.
이번 소장품 기증도 그렇게 이뤄졌다. 우연히 아들의 옛 담임선생님이 진목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부임했다는 소식에 인사차 방문한 학교 방문이 기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녀는 “한때는 소장품을 모으고 향수를 느끼며 힘들 때에는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 이 물건이 필요한 건 제가 아닌 학생들 같아 기증하게 됐다”고 소장품 기증의 이유를 밝혔다.
보통 아끼던 소장품은 더더욱 아끼던 골동품의 경우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녀는 더 큰 가치를 찾았다.

비록 아끼던 소장품이었지만 개인이 아닌 여러 사람이 보고 공감 할 수 있길 바란 것이다. 처음에는 박물관 같은 곳에 기증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우연히 방문한 학교의 전시공간이 덩그러니 비워져 있었던 것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그녀지만 그녀도 힘든 시절을 지나왔다. 지금은 거제지역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을 이끌고 있는 울산은 그녀의 고향이다.

그러나 그녀가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 울산은 20리길을 걸어야만 학교를 도착 할 수 있었고 그녀가 살아온 대부분의 날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야만 했던 세월 이었다.
그녀의 기증으로 중곡초등학교는 남부럽지 않은 학교역사코너를 만들게 됐고 학생들은 박물관이나 역사관을 가지 않고도 역사적인 자료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과서나 그림으로만 배웠던 자료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됐다.

현재 그녀의 집에는 따로 모아둔 소장품은 없다. 더욱이 그녀는 그녀가 평생 모아온 소장품기증에 대해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
물질만능주의와 점점 메말라가는 정에 허덕이는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에서 기부는 언제 들어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녀의 작은 용기는 앞으로 자라는 미래 재목들에게 좋은 교육 자료가 되었고 그녀는 보람이라는 재산을 가졌다.

누구나 한번쯤 여유가 있다면 봉사나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기부나 봉사는 꼭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을 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거액을 기부해 화제가 된 어느 부부는 “돈을 버는 것은 기술, 쓰는 것은 예술”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그녀는 “비록 작은 것이지만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눠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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