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터널, 그 안과 밖김연분

터널을 빠져나왔다. 도심 속에도 외곽에도 터널은 존재하고 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의 효과적인 활용방법으로 산을 관통해서 터널을 만들어 이동시간을 줄이고 물류비용을 감소시켰다지만, 거대한 산의 몸속을 드나들면서 나는 가끔씩 고산병에 걸린 등반객처럼 가쁜 숨을 몰아쉰다. 얼른 빠져나오고 싶다.

어둡고 조용한 그곳이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터널에 빛이 들어오는 순간 기뻐서 손뼉이라도 치고 싶어진다. 몸이 한결 가볍다. 차창을 내리며 의자 등받이 깊숙이 기대어 눈을 감았다.
감겨진 동공 안으로 얼마 전 박물관에서 들여다본 돌무덤 형상이 흑백사진처럼 지나간다. 머릿속에 이미지화 된 영상임에 틀림없다 생각하면서도 떨쳐버릴 수 없다. 그 고분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주인을 알 수 없는 탓에 한낱 분(墳)으로 명명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알고 있을까.

횡혈식석실묘의 천장은 터널 구조였다. 고분의 입구에서 널방에 이르는 널길 벽에는 석회를 칠하고 사신도를 그려놓은 고분도 있었다. 빛바랜 청룡의 형상이었지만 그 기개만큼은 금방이라도 고분 속을 유영하며 다닐 것 같았다.
여러 종류의 유물은 고인이 평소에 아끼던 물건이거나 늘 사용했던 것들을 함께 매장한 것으로 짐작해 본다. 지배계층이라 추정되는 고분에서 더 많은 유물이 발견된 것을 보면 부의 과시는 고금을 따로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며, 고인에 대한 예의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돌방에서 등잔이 발견된 것 또한 그리 놀랍게 여겨지지 않는다. 대기 중에 있는 산소를 빨리 소모시켜 시신의 부패를 더디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설은 일축하고 싶다.
어둠을 밝히려는 목적을 위해서 등잔을 넣어 두었다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둠과 빛. 죽음과 탄생. 윤회. 이런 단어들이 쉼 없이 삶과 연관되어 풍전등화 같은 고분 속 등불처럼 아른거릴 뿐이다.

인간은 석가모니처럼 해탈의 경지에 올라 윤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예수처럼 부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도 못했다. 인간이기에 심안도 혜안도 아닌 사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현세의 삶에서 누리던 영화를 내세에도 지속하길 바라며, 죽음과 삶에 대한 경계를 연장선상에 놓으므로 환생을 믿는다. 죽음을 통해서 다른 세상에 진입하고자 함이다. 무덤은 잠시 쉬었다 지나가는 윤회의 터널인 것이다.

고인이 가야 할 길. 목적. 환생에 대한 열망이 무덤을 터널식으로 만들고,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사후세계로 잘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의 종착역. 고분 속 터널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지척에 또 다른 터널이 보인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갔다. 천장에 박혀 있는 누르스름한 등. 터널 중간 중간 걸려 있는 표지판. 곰팡내 나는 거친 콘크리트 벽.

산 자의 몸으로 터널을 마주하고 있다. 습하고 칙칙한 내부는 비가 한차례 뿌리고 난 뒤의 눅눅함 같은 것이 질퍽거리듯 달라붙어 있고, 삶의 찌꺼기가 뒤섞인 채로 거친 콘크리트 벽을 문지르며 엉겨 있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것은 터널도 터널 속도 아닌 나 자신이며 내가 살아내고 있는 여정과 같다. 삶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수시로 터널을 드나들며 아픔을 다독였다. 현재 내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의 나를 생각하며 막막하기만 한 터널을 통과하려 버둥거리지는 않았는지.

터널 안과 같은 어둠 속에서 자양분을 만들고 움을 띄우며 밝은 세상으로 발돋움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로소 어둠을 걷어내고 스스로 터널 밖으로 나올 때 통과의례를 치룬 것이다.
설령 터널에 고립되어 있다 하더라도 두려워하거나 겁나서 멈춰서지는 말아야겠다. 내가 넘나드는 터널은 후진할 수 없다. 한번 진입하면 출구를 향해 엑셀을 밟아야 한다. 브레이크에 발을 옮겨가며 속도를 조절할 뿐이다. 오늘도 출구를 향한 집념에 가슴이 방망이질 친다.

약 력
부산 출생
<수필과비평>신인상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거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정기 후원은 새거제신문의 신속 정확한 뉴스 및 정보 제공에 큰 힘이 됩니다!

후원하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