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조선해양엑스포가 2014년 거제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수주잔량의 국내 순위를 차지하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의 순위가 그대로 전 세계 조선소의 수주잔량 순위와 동일하니 한국에서 세계조선해양엑스포를 개최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길법하다. 경남도지사가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세계조선해양엑스포의 행사 장소는 거제시를 주행사장으로, 창원컨벤션센터를 부대행사장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과거 한국의 엑스포유치열풍을 지켜 본 국민의 하나로서 이번 조선해양엑스포가 과연 어떤 행사인지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문명으로서의 배, 그 가치의 재발견’이란 주제로 개최되는 세계조선해양엑스포는 첫 번째 과제는 국제박람회사무국(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에 등록할 지 결정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국제박람회에 등록되거나 인정을 받지 않으면 국제박람회 공식홈페이지나 어느 곳에서도 홍보를 해 주지 않으니 실제 행사는 국내 행사와 별반 다른 것은 없기 때문이다.

국제박람회의 공식적인 엑스포는 세계엑스포(World Expo), 국제엑스포(International Expo) 혹은 특별엑스포(Specialized Expo), 정원박람회 세 가지이다. 어느 곳에 등록하느냐에 따라 공식적인 이름과 절차가 결정되는데, 세계엑스포는 등록(registered) 엑스포로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행사기간도 6개월까지 보장되고 참여국가가 행사장을 자비로 준비하고 행사규모에 제약이 없는 반면, 국제엑스포 혹은 특별엑스포는 인정(recognized) 엑스포로 세계엑스포 개최기간 사이에 개최되며 행사기간은 3개월로 행사규모에 제약이 있으며 주최국이 참가자들에게 시설사용료와 임대료를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우리나라가 개최한 대전엑스포와 올해 개최되는 여수엑스포 모두 국제엑스포 규모의 행사로 분류된다. 한마디로 국제박람회사무국으로부터 ‘엑스포’라는 이름을 빌리는 대신 참가의사를 밝힌 국가나 참가자들에게 행사장을 공짜로 제공하는 조건이고 참가비의 수익도 세계엑스포보다 주최국이 가져오는 몫이 적은 행사이다.
그렇다면 세계조선해양엑스포는 과연 국제박람회가 인정하는 행사가 될 가능성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선 ‘불가능’이다.

현재 2015년 세계엑스포 개최지는 이탈리아이고 그 이후 2017년, 2020년 엑스포까지 신청이 종료된 상태이니 2022년 이후의 행사유치를 위해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지사가 약속한 것이지만 2014년에 세계조선해양엑스포를 개최하는 경우 사실상 국제박람회의 사무국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행사는 아닌 셈이다. 한마디로 경상남도와 거제시가 주최하고 주관하는 국내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조선해양엑스포가 헤쳐 나가야 할 첫 단추가 이렇다보니 나머지 세부적인 주제나 행사는 잘 꾸려질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수백억 원의 행사비와 수년 동안의 행사유치의 성과로 국제엑스포의 이름을 달았던 에수엑스포가 최근까지도 행사장 준비, 콘텐츠발굴 등 행사준비가 미흡한 점이 언론에 지적되었던 것을 봐 왔기 때문에 거제에서 치러질 세계조선해양엑스포는 과연 어떨지 지켜보고 싶어졌다. 엑스포는 엑스포인데, 국제박람회의 간판은 없고 참가자와 콘텐츠, 행사장, 주변 부대시설 등을 처음부터 마련해야 하는 지금 현재 남은 시간은 이제 2년이다.

앞으로의 세계조선해양엑스포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행사가 하나 있다. 바로 거제시장의 선거공약이었던 ‘세계조선해양축제’가 바로 그것인데, 60여 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축제는 2014년에 개최될 세계조선해양엑스포의 행사유치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오는 5월에 단 5일 동안 치러지는 행사가 엑스포 유치홍보를 위해 60여 억의 행사비를 지출하는 셈이니 한국에서 개최된 사전행사의 규모로는 엄청난 행사인 셈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제법 행사장의 모습도 거제시민들에게 알려졌을 법도 한데, 세계조선해양축제가 엑스포를 알리는 홍보행사이자, 거제시의 대표축제로 만들고자 하는 주최 측의 설명 중 어느 것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없다. 한마디로 예산만 엄청나구나하는 생각밖에 드는 게 없고 저 돈이 어디에서 다 나오는 것이지하는 궁금증만 들 뿐이다. 세계조선해양축제의 예산도, 행사내용도, 행사주관사의 협력도 어느 것 하나 결정된 것이 없다고도 하고, 축제 광고가 이미 언론에 알려졌으니 행사는 무조건 강행해야 한다고도 하니 60억 행사가 아니라 1억짜리 행사라도 이런 경우는 처음 들어본다.

필자가 속한 환경단체가 2008년 전 세계 습지인들을 초대하고 진행했던 "세계NGO습지대회"가 8천만의 예산으로 6개 대륙, 50여 개국의 습지전문가 200여 명을 우리나라에 불러들여 순천만을 전 세계에 알렸던 기억을 떠올리면 거제시가 수십억 원의 세금과 기업후원금을 이용해 준비하는 행사가 아직 밑그림도 정해진 게 없기 때문이다.

세계조선해양엑스포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거제시, 경상남도, 거제시의회가 후원하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주관사로 되어 있는 축제인데 왜 지금 이런 모습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시의 조례도 만들고 추진위원회에 참가한 거제시 공무원, 시의원, 민간단체, 교수, 연구원, 기업 관계자 등이 여러 차례 회의도 한 것 같은데 말이다. 행사가 미궁에 빠진 지금의 모습에 과연 책임질 사람이나 있을 것인지도 궁금하다. 거제시장의 공약이니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인지 추진위원장이 시의원이니 시의회에서 책임질 것인지 책임감있게 축제를 마무리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믿어 본다.

세계조선해양엑스포는 경남도지사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미 공식적인 ‘세계’ 엑스포의 이름을 달 수 없는 조건이다.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상남도와 거제시가 부담해야 하는 돈과 노력이 많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린 셈이다. 결과적으로 거제시의 세계조선해양축제도 주최 측의 충분한 준비와 국제행사경험 여하에 따라 ‘세계’가 아닌 ‘거제’만의 축제로 전락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세계조선해양엑스포를 앞두고 운영하는 주최의 능력을 가늠해보는 이번 세계조선해양축제는 그대로 추진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행사준비기간이 부족하면 행사비와 행사주제, 내용, 필요한 절차를 꼼꼼히 챙겨 다시 준비하면 될 일이고, 세계조선해양엑스포와 연계한 사전행사라면 엑스포를 추진하면서 진행하는 것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축제의 취지와 뜻을 곰곰이 생각해 행사의 규모와 의미를 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 잘못된 지금 첫걸음을 언제 내디딜지부터 다시 생각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좋다고 본다. 모두에게 이로울 것 없는 나쁜 선택보다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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