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에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흑룡의 해를 맞이하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받으면서, ‘과연 복(福)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복(福)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어려움 없이 편안함을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서, 조상의 음덕(陰德)이나 길운(吉運) 등로도 해석한다. 종교적(불교, 기독교, 유교, 도교 등)인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되거나 이해하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게 되기보다는 수월하고 즐겁게 되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복을 비는 기복행위를 하게 된다. 하지만, 복은 빌거나 구한다고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밥을 먹어야 배가 부르듯이, 복전(福田)에 복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야만, 복의 열매를 거둘 수가 있는 것이다.

혹간 사람들은 이런 복 저런 복을 말하면서 ‘복이 있다.’ 또는 ‘복이 없다.’라고 표현하지만, 진리의 세계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지극히 평등하고 인과의 법칙이 분명하기 때문에 ‘복이 있다거나 없다.’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저 복은 지은대로 받을 뿐이다. 굳이 현세에서 ‘복이 있다’라고 말을 할라치면, 이 순간이 있기까지 과거의 모든 삶 속에서 지금 받을 수 있는 만큼의 복을 지었었기에 그 복을 지금에서야 누리게 되는 것을 ‘복이 있다.’라고 표현할 수는 있겠다. 흰 도화지를 그냥 그대로 두면 백지일 수 밖에 없지만, 선을 긋고 색을 칠하면서 그림이 된다.

그 그림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어떻게 그리는가에 따라서 훌륭한 명화(名畵)가 되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졸작(拙作)이 되기도 한다. 도화지에 선을 긋고 색을 칠해야만 그림이 되듯이, 맨땅에도 마찬가지로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워서 지붕을 덮어야만 집이 되는 것이다. 집을 지었지만 마음에 드는 예쁜 집이 되기도 하고, 불편하고 어색한 집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도화지나 맨땅은 우리 주변의 세상으로서 복을 지을 수 있는 밭이 되며, 그림을 그리거나 집을 짓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행위와 행동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이나 자세로서 복을 짓는 것으로서 비유할 수 있다.

또한, 나타낸 그림이나 집들은 수복(受福)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은 ‘우리가 어떻게 복을 짓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이 행복할 수도 있게 되거나 불행하게 될 수도 있다. 지혜롭게 진심으로 복을 짓게 되면 참다운 행복을 받게 되지만, 위선과 가식으로 복을 짓게 되었을 때는 박복(薄福)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자아완성을 위해서 육바라밀(六波羅密)을 가르치면서, 보시바라밀을 으뜸이라고 한다. 보시(布施)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대상(사람, 동물, 식물, 환경, 기타 존재물 등)을 위하여 베푸는 것을 말한다. 보시에는 재물(財物)로서 보시하는 재시(財施)와 참다운 이치인 법(法)을 깨우치게 하는 법시(法施), 그리고 상대에게 무서운 공포감을 주지 않고 부드럽고 편안함을 전해주는 무외시(無畏施)가 있다. 돈으로서든지, 지혜로서든지,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서든지, 아니면 그 무엇으로서도 진심으로 남을 위하여 베푸는 보시행(布施行)으로서 복을 짓게 한다.

남이 어려울 때 도와주면, 내가 어려울 때 누군가 나를 도와주게 되는 복이 생기는 것이다. 남을 위해서 정성스러운 기도를 해주면, 누군가 나를 위해서 기도를 해주게 되어 있다. 남에게 웃음을 주다보면, 내게도 웃을 일이 생긴다. 남에게 칭찬을 하거나 축복을 해주게 되면, 내게도 칭찬을 받을 일이 생기기도 하고 축복이 돌아온다. 남에게 감사한 생활을 하게 되면, 내게도 감사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보시하는 방법 중에서는 보시했다는 상(相)을 내지 않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최상의 보시방법이라고 한다. 상(相)에 머물지 않는다는 거은 내가 베풀었다는 생각도 갖지 않으며, 베푼 것에 대하여서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베푼 공덕은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며, 오히려 더 큰 복덕(福德)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라고 말씀하시면서, 베푸는 것에 대하여서도 ‘왼손이 한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라고 가르치신 것이다.

복을 누리기만 하거나 복을 받기만 하려고 한다면, 복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복은 지음으로써 생겨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 모두가 실천하여, 각자 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가 복이 넘쳐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나 양극화의 심화로 어려운 요즈음에, 많이 가지고 힘이 있는 기득권자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조금 내려놓으면서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베풀게 된다면, 아마도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복된 삶이 될 것이다. ‘새해에는 복 많이 지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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