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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없는 연설(토론)은 소음이다윤지영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온 나라 안이 한바탕 떠들썩할 날도 머지않았다. 총선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침투해 오는 그 지겨운 공해 앞에서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들어온 숱한 후보자들의 유세, 그것들은 모두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특성을 가졌다.

확성기의 로고송?웅변, 현수막 및 벽보사진, 홍보물, 전화?문자 등.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간과한 채 개인의 존재 알리기에만 급급한 이런 행위는 유권자들의 ‘한 표’를 겨냥한 의도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대중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일 뿐이다. 명확하지 않는 확성기 유세는 ‘고함 크게 지르기’ 대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문자는 대출유도와 같은 유해 스펨류와 함께 금시 삭제 대상이다. 한 밤의 전화벨은 아예 그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우편물에 빼곡하게 나열된 자화자찬형 경력이 뽀샵처리된 얼굴을 빛내려 안간힘을 쓰지만 거기에서 거품을 걷어내면 ‘고장의 대표가 될 만한’ 인물인지를 알 만한 정보는 건질 수 없다.

후보 인물평가는 그 사람과 친분이 없는 한 재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전언한 방법 등을 모두 배재하고 연설과 토론에 무게를 둔다. ‘말이 인격이다’는 말도 있듯이 화자의 담론에서 문화적인 배경과 성품·평소 철학·소신 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릇 감동 있는 연설과 토론을 기대하기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쓰기보다 화법 기술이 상당히 부족한 실태라고 전문기관의 조사에 나타난 적이 있다. 이는 말하고 토론하는 커뮤니케이션 교육이나 수사학 교육을 재대로 받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초등교육에서 대학원 교육까지 쓰고 읽고 말하기 순서로 일관된) 뉴스에서 본 정치인들이 멋진 언변으로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을 이룬 적이 있던가. 몇 마디 주고받다 마음대로 안 되면 욕설이 터지는 모양새를 신물 나게 보고 있다. 연예인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지상파 방송의 황금시간대는 이른바 ‘예능 프로그램’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 출연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대개 한 순간의 웃음보를 터뜨리기 위한 비속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텔레비전은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 어린이·청소년 등 시청자들의 우리말 사용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하겠다. 우리말 파괴 문제는 본고의 영역 밖이라 차치하고, 방송 토론 또한 그만큼 ‘한 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이다. 후보의 화술은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요구된다.

얼마 전에 있었던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를 보자. ‘나경은’ 후보는 토론시간 내내 ‘박원순’을 앞섰다는 평가가 있다. 그녀는 곱상한 인상에다 한나라당 대변인을 하면서 향상된 말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날 ‘박’은 분명 ‘나’ 보다 말주변이 없어 보였는데 불구하고 승리자가 되었다. 당락평가는 복합적인 문제들로 응축되는 것이지만 토론으로 국한하여 볼 때 의외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운동가 출신이 직업 정치인의 세련된 언변에 비해 말하는 재주는 한 수 아래이긴 했어도 그의 언변에는 정치꾼 냄새가 나지 않았으며 뚜렷한 정견과 정책에서 진심이 보였던 것이다. 만약에 그가 말재주까지 뛰어났더라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언변만 좋은 것도 문제지만 대중의 대표자는 일도 잘하고 말(설득력 있는 표현기술)도 잘해 국민들의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정책 토론에서 소신과 비전이 담긴 뚜렷한 내용전달 이상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타인에 대한 비방이다. 필자의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한,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의 TV 토론 장면을 보자. 당시 이명박 후보는 전국의 유권자들을 향해 그 특유의 쉰 목소리로 공약을 풀어나가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저 사람과 나란히 앉아 토론하는 것이 창피하다”. 주어진 금쪽같은 시간의 주제가 상대후보의 허물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복되었는데, 그것은 상대후보의 약점 보다 더한 파괴력으로 보였다.

당나라 태종은 리더의 말의 중요성 대해 깊이 유의 했던 인물이다. 그는 측근에게 “지도자에게 있어서 말은 중요한 것이므로. 안이하게 사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 말이라도 그것이 민중의 이익이 되는가를 늘 염두에 두었으며 철저하게 모든 것에서 공인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였다고 한다. 공인에 의해 나온 말은 공적인 의미를 지닌다. 즉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남의 허물을 캐는 인신공격은 오히려 자신의 못남을 발설하는 셈이다. 이 진리는 일반인들에게도 해당되지만 리더의 덕목에 우선순위라고 본다.
역사를 빛낸 명사들의 명언에는 남을 험담하는 내용이 없다. “신의가 없으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쓸모가 없다.”(앤드류 카네기) “나는 행운을 믿는다. 열심히 일하면 행운이 찾아올 것이다.(스티븐 리콕)
올 선거철에 감동 있는 연설(토론)을 듣고 싶다. 그 말에 믿음이 보이면, 표는 이미 던져졌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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