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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의 소중한 유산 죽림별신굿‘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 공연 1박2일

“우짜든가 하는 일 다 잘 되고 ~ 우짜든가 멀리 있는 자석(자식)들 다 평안케 하고, 우짜든가 허리 아픈 것 다리 아픈 것 다 낫게 해주실낍니다.”


지난 27일 오후 5시 30분, 예로부터 대나무가 많은 물가에 위치한다 해서 ‘다숲개’라고 불리는 거제면 오수리 죽림마을(이장 홍호식) 어귀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여든 마을주민들이 무당의 부채 위에 복채를 놓고 두 손을 모으면 곱게 차려입은 무당은 연신 ‘우짜든가’라는 구성진 사투리를 쉼 없이 뱉어낸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별신굿은 예전 거제지역에서는 흔한 굿판이었다. 죽림마을을 비롯한 구조라·망치·양화·수산지역에 이르기까지 거제지역해안에 위치한 마을에서는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 사이 별신굿을 쉬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제지역의 별신굿은 조선산업의 발달과 도시화의 영향으로 1992년 공연을 끝으로 중단됐고 조상대대로 거제지역에서 별신굿을 보존해온 정영만씨도 고향을 떠났다.

다행히 지난 2008년 죽림별신굿은 다시 거제 앞바다를 찾았다. 남해안별신굿보존회(회장 정영만)가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던 죽림별신굿을 2년마다 공연하기 시작하면서다.

2년에 한 번씩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죽림별신굿은 거제·통영지역의 다른 별신굿과 함께 남해안별신굿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987년 7월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82-라호’에 지정됐다.

남해안별신굿 보유자 정영만씨는 아들과 딸, 그리고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남해안별신굿보존회 회원들에게 별신굿을 전수하고 있다.

죽림별신굿은 들맞이 당산굿을 시작해 일월맞이굿, 골매기굿, 할미당굿, 선창굿, 부정굿, 가망굿, 제석굿, 선왕굿, 용왕굿, 지동굿, 거리굿, 송신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죽림 별신굿은 다른 별신굿과 달리 별신굿 탈놀이와 띠뱃놀이를 하는데 특히 주민들의 협동심과 단합이 돋보이는 띠뱃놀이는 별신굿의 대미를 장식한다.

마을 주민들은 띠배를 띄우면서 “멀리멀리 가거라, 절대로 돌아오지 말아라”고 외치며 나쁜 것, 부정한 것 등 모든 액운을 싣고 떠나가는 띠배를 보며 기원한다.

어민들의 풍어와 마을의 안녕, 마을 공동체적 단결을 도모하고 경상도 특유의 입담과 춤, 예술성 높은 무악을 보고, 듣고, 느끼는 종합예술로 정평이 나 있는 죽림별신굿은 타지역의 별신굿과 달리 지역민과 구경꾼들이 함께 굿판을 만들어 가는 축제다.

조선산업의 발달로 지금은 어느 정도 풍요로워진 거제지역에서 굳이 별신굿을 열어 마을의 안녕을 빈 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조선산업도 관광산업도 없던 옛 거제지역에서 거친 파도를 잠재우고 만선을 염원했던 우리 조상들에게 별신굿은 어떤 의미였을까?

별신굿은 경제적으로 또는 신체적으로 늘 고난과 함께 했던 어민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고 단순히 미신을 넘어 바다보다 더 넓은 ‘엄마의 마음’으로 삶에 지친 어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단비와 같은 축제였을 것이다.

남녀노소가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누며 어울려 춤추고 놀며 복을 빌고 액을 물리치는 굿이 끝나면 굿이 열렸던 기간만큼 마을에 ‘쇠’소리를 내면 안된다.

실컷 먹고 놀았으니 그만큼 자중하고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죽림별신굿 둘째 날인 28일 오후 4시께 죽림별신굿에서 가장 큰 굿판인 ‘지동굿’을 끝날 무렵 정씨는 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곁들이기 위해 그동안 신명나게 두드리던 북채를 잠시 내려놓았다.

그는 설명 말미에 “이 굿(남해안별신굿)을 그저 그런 미신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미신이 아닙니다. 자손대대로 내려오던 우리의 축제고 앞으로 지켜가야 할 유산입니다”라고 피력했다.

1년 동안 거제지역에서 열리는 수많은 축제들과 예술행사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그 수많은 축제 중 ‘순수한 거제’의 것이라 자부 할 수 있는 문화와 축제는 얼마나 있을까?
어렵게나마 명맥은 이어가고 있는 거제의 죽림별신굿, 그러나 보존을 위한 노력은 일부 마을주민과 보존회에만 떠 맡겨져 있다.

죽림별신굿 보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막대한 예산 보다 가장 ‘거제스러운’ 멋과 인간적인 모습으로 우리 삶과 행복을 담고 있는 축제에 동참 할 수 있는 거제시민의 관심이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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