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폭락에 신음하는 거제지역 한우농가 가보니

최근 전국각지에서 소값 폭락파동을 놓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소값 폭락과 사료값 급등으로 축산농들이 고사 위기에 몰리면서 이제 막 낳은 송아지를 살처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정부는 급기야 실효성 없는 소값 안정 추진대책만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다른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제지역의 한우농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거제지역 한우사육 농가는 370여 농가에 4800두가 넘는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지난 16일 거제지역의 한 한우농가를 찾았다. 때마침 한우농가만큼 우울한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이었다.

거제대교에서 둔덕방향으로 500여미터쯤 이동하다보면 왼편 산기슭 아래 축사로 보이는 건물들이 즐비해있었다.

비좁은 농로를 지나 한 축사에서 만난 사람은 거제시한우협회 서행도(63) 회장이다. 서 회장은 얼마 전 장목면에서 축사를 운영하다 1년 6개월 전부터 현재의 축사가 있는 곳으로 옮겨 한우 300두를 사육하고 있다.

올해로 30년을 넘게 소를 키워온 서행도씨도 이번과 같은 일은 처음이다. 80년대 소값 폭락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말한다.

“키워봐야 노력의 대가는커녕 사료비도 안돼요. 요즘 150만원짜리 소가 있다고 소한마리 잡아먹어 볼까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쩍 마른소 잡아먹어봐야 뭐 남는게 있겠어?”

정부가 최근 소값 폭락과 관련해 쇠고기 소비 촉진과 사육두수 감축 등 소값 안정 추진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한우 사육농가의 생산비 절감과 시설현대화 등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부분에 신경쓰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서 회장에게 그저 ‘그림의 떡’ 정도다.

시설현대화사업지원을 위한 보조금을 신청하기 위해 그만한 담보가 될 재산이나 부동산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설을 보수하기 위한 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은(타지역) 소값 폭락으로 힘들다고 말하지만 거제에서 소키우는 사람들은 이웃 때문에 더 힘들어. 20~30년 소를 키우다가도 5년 전에 이사 온 이웃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쫒겨나야 하는게 현실이니까”

“남들은(타지역) 소값 폭락으로 힘들다고 말하지만 거제에서 소키우는 사람들은 이웃 때문에 더 힘들어. 20~30년 소를 키우다가도 5년 전에 이사 온 이웃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쫒겨나야 하는게 현실이니까”

“남들은(타지역) 소값 폭락으로 힘들다고 말하지만 거제에서 소키우는 사람들은 이웃 때문에 더 힘들어. 20~30년 소를 키우다가도 5년 전에 이사 온 이웃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쫒겨나야 하는게 현실이니까”

사실 거제지역의 축산농가는 경남지역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이다. 보통 축사는 인적이 드믄 곳에 많이 짓는데 그런 지역은 수자원보호구역 등 제한된 부지가 많다.

더구나 기존에 있던 축사도 민원들의 항의로 없어질 판이다. 조상대대로 농사짓고 소를 키워왔지만 최근 가속화 되는 도시개발로 거제지역의 축사는 점점 음지로 밀려나고 있다.

서회장도 1년 6개월 전에 축사를 옮겨야 했다.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20년 가까이 소를 키우던 축사인근에 휴게소가 생기면서 부득이 축사를 이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수입쇠고기가 들어 온다고 해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안정 될 것이라고는 보는데, 앞으로 1~2년 동안이 문제지, 1000두 이상 대형 축사들이야 기반이 있고 버틸 재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거제지역에는 4~5년 뒤에 축산농가가 남아 있을지 의문이야”

최근 소값 폭락에 이은 사료값의 폭등은 축산농가에 작은 희망마저 앗아버렸다. 서회장의 경우 번식우는 마리당 매달 6포, 비육우는 마리당 매달 9포 정도의 사료를 먹이게 된다. 1년 동안 300마리의 소를 사육하기 위해, 마리당 적게는 82만8000원에서 많게는 124만2000원의 사료 값이 지출되는 셈이다.

서행도 거제시한우협회장은 “다른 지역에는 도축장도 가깝고 조사료(사료대용 작물)재배 할 땅이라도 넉넉하지만 거제지역은 그마저도 부족한 현실이며 민원인들의 등살에 축사개보수 조차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 회장은 또 “소값 하락의 책임이 있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나서 송아지를 수매해주거나 수매한 송아지 입식 농가에는 사료비도 지원해 주지 못한다면 최소한 조사료재배에 대한 지원이라도 확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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