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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과 공유지의 비극지찬혁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공유지 비극, 정치적 판단 의존이 원인

1968년 『사이언스』 지에 실린 논문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은 인간의 탐욕과 개인주의가 공동체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 주었다. 소떼에게 풀을 먹이는 공유지를 두고 각자 가진 소의 수를 늘여 개인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 전체가 나눌 수 있는 부의 원천이 사라진다는 얘기이다. 오늘날 수많은 공유지들이 점점 찾기 힘든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남의 이야기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거제도 공유지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 조선업이 핵심산업인 거제에서 꽤 많은 자연자원은 이미 사유화된 형태로 밖에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공유지로 국립공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상수원보호구역, 수산자원보호구역, 근린공원 등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공유지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공유지인 국립공원은 사유화로 사라지는 공유지의 다양한 가치를 보전하여 후세에 물려주자는데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공유지가 생각보다 쉽게 사유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일례로 해금강집단시설지구를 들 수 있다. 이곳은 원래 국립공원이었던 땅으로 1만7,624㎡가 2000년부터 지금까지 택지조성만 겨우 마친 채 버려져 있다. 해금강의 절경을 내려다보는 이 산등성이를 깎고 파헤치고 도로를 놓은 것이 전부인데, 2004년 준공 이후 현재까지 해마다 한 차례씩 사업자를 찾아 입찰과 유찰을 반복하고 있다. 애초 국비, 도비를 합쳐 128억을 투입해 국립공원으로부터 구입했으나 지금 대로라면 원금도 건지기 힘든 형편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하려는 관광지조성사업은 거제장목관광단지, 통영미륵도관광특구 등 여러 곳이 함께 추진되었지만 현재까지 집단숙박시설을 처음 계획처럼 갖추어 놓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사천실안관광단지, 여수오동도 등 2000년부터 본격 시작된 남해안관광벨트사업에 포함된 사업들도 현재까지 자연경관만 파헤쳐놓고 중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남해안관광벨트사업의 부실을 덮고 사업성을 억지로 만들기 위해 급조한 『남해안발전특별법』(현재는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의 결과를 보면 잘못된 현실을 되돌리기 얼마나 힘든지 잘 알 수 있다.

남해안관광벨트사업은 남해안시대프로젝트, 남해안발전종합계획으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총 84개의 사업이 선정되었으며, 지역의 개발욕구를 정치적으로 반영한 결과 사업비는 선거기간 동안 41조까지 부풀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업들 중 현재까지 사업추진율이 50%를 넘는 개발사업은 12개에 불과하고, 보류 혹은 재검토 대상사업은 그 두 배인 24개에 이른다. 사업추진비는 전체의 14% 수준밖에 되지 않은 수준이다.

국립공원을 개발하기 힘든 이유

그렇다면 공유지가 손쉽게 개발의 대상이 되었지만 유독 우리가 사는 국립공원지역만 개발도 쉽지 않고 비극적인 결말들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정치적 판단잘못이 원인일까? 관광산업이 잘만 돌아갔으면 공유지의 훼손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으로 지금의 우리는 행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관광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이라는 얘기는 이미 IMF이전부터 있었고 국민소득이 늘고 마이카시대가 오면서 누구나 그런 기대를 가졌을 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립공원이 공유지에서 관광지로 바뀌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해금강집단시설지구의 비극적인 결말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1985년 건설부가 지리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2000년부터 시작된 국립공원의 관광지조성사업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립된 후 주무부처가 내무부, 환경부로 옮기면서 이미 원래의 관광지조성사업의 명분을 잃어버렸다. 명분은 사라졌지만 관광단지를 요구하는 지역의 개발욕구는 그대로 남았고 정치인들은 정확하게 이 점을 이용했다.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립공원의 관리시스템은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일상은 여전히 25년 전에 머문 셈이다. 국립공원제도와 부조화를 이루는 것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린벨트해제, 연안매립 등을 비롯한 대규모 개발수요가 발생하면서 사업의 경제성은 과거 25년 전과는 이미 비교를 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루어진 곳은 예외없이 대도시권과 맞닿은 땅들이었다. 바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국립공원지역으로 묶였다 풀린 지역은 개발욕구는 높지만 그만큼의 개발 가능한 도시계획이 뒤따를 수 없는 산이나 바다가 대부분이다. 가까운 마을취락지구도 수십만, 수백만의 관광객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기에 ‘집단시설지구’나 ‘관광단지’, ‘관광특구’를 꿈꾸지만 국립공원은 과거와 같은 개발 방식으로는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국립공원지역에 있을 때가 좋은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이다.

공유지 가치를 바로 봐야

그렇다면 국립공원에 맞는 관광은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국립공원이 건설부, 내무부, 환경부로 주무부처가 옮겨지는 신세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립공원이야말로 전국의 주요한 생태계를 대표할 정도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 되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특히 한려해상국립공원과 같이 바다와 섬을 생태경관자원으로 하는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생태관광자원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거제, 통영의 국립공원의 가치에 맞는 관광산업은 제대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25년간 지역의 개발욕구는 마치 국립공원지역을 잃어버린 것처럼 되돌려 찾는 것에만 열중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지역을 매입하기만 하면 투자가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우리의 사고가 25년 전에 멈춘 탓이다. 그 사이 시대는 변했고, 변한 시대는 더 이상 개발의 이익이 공짜나 다름없는 공유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공유지도 제 값을 하는 시대가 왔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길이 바로 공유지의 제 값어치를 되찾는 길이 될 것이다.

2009년 첫 여성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지금까지 정부의 통제나 사유화가 공유제의 관리를 위해 효율적이라는 견해를 뒤집고 공동체 중심의 자치제도가 돌파구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여러 마을들이 나름대로 공유하고 있는 자치제도가 협력체계를 만들기만 하면 정부나 민간기업보다 더 성공적으로 공유지를 관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유지의 가치를 몸으로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마을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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