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성

최다성곽보유, 성의 박물관 거제시

거제시는 우리나라 최대 성곽보유지로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우리나라 성 20개 왜성 4개 등 모두 24개의 성이 거제지역 곳곳에 흩어져있다. 그러나 거제지역에 산재된 소규모 왜성 등을 합치면 무려 5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성곽유적이 존재한다.

단일 섬 지역에 이토록 많은 성곽이 잔존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이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이 중 12개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12개는 잔존 성곽의 훼손이 심해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거나 소멸된 상태다.

종류별로는 산성이 13곳으로 가장 많고 평지성이 7곳, 왜성이 4곳이며 시대적으로는 아주현성지, 둔덕기성, 당산성지, 다대산성지(송변현 치소추정)를 제외하고 모두 조선시대에 축성 됐다.

읍성으로는 고현성 사등성 아주성이 있으며 관방성(관리가 거주하며 행정을 보던 성)으로는 구율포성, 옥포성, 오량성이 있고 포곡성(계곡과 산정을 함께 두른 산성)으로는 가배량성, 구영등성, 구조라포성, 지세포성이 있으며 비교적 조그마한 석성이지만 다대산성, 옥산금성은 송변현의 치소 또는 거제군 치소와 깊은 관계가 있다.

▲ 둔덕기성

왜성으로는 장목성, 영등왜성, 송진포왜성 등의 산성과 토성으로 축성한 견내량왜성(광리왜성) 등이 있지만 견내량왜성은 현재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거제지역에 성곽이 많은 이유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거제지역이 남해안 방어의 최전선 역할을 한 군사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5월 동아대학교 박물관측은 수월성지를 비롯해 고현성지, 사등성지, 둔덕기성 등 거제지역 곳곳에 산재한 24개 성지의 구조와 축조수법 등을 1년여간 현지실사 및 문헌연구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거제지역에 남아있는 성곽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며 석축성이라는 장점도 있으나 그동안 거제시민이 성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보존에 힘쓴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량성

거제지역 치소 및 성곽의 역사

삼한시대 독로국과 삼국시대 상군 당시의 치소위치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통일신라시대 및 고려시대 치소는 둔덕 기성과 그 주변일 것으로 추정된다. 기성의 축조수법이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물론 내부구조에서 군치소로 손색이 없다는 점과, 성 아래 경작지에 당대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가 넓게 분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이 짐작된다.

조선시대의 군치소는 세종조에 수월리에서 사등성으로 옮겼다가 단종조에 고현리로 옮겼고, 현종조에 다시 거제면으로 옮긴 것이 마지막이다.

조선시대 수군 진성으로서는 주로 성종조에 가배량성, 구조라성, 지세포성, 옥포성, 구율포성, 구영등성이 각각 축조됐고, 연산조에 오량성(석축성)이 축조됐다.

임진란 이후에는 견내량, 장문포, 송진포, 영등왜성이 축조됐다. 이 과정에서 옥포산성, 수월산성, 율포산성, 탑포산성이 축조되고 옥산금성과 중금산성은 조선말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제지역의 성지는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의 성지유적은 거제가 성의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많이 남아 있지만 그 형태와 복원이 잘 돼 있는 곳은 둔덕기성, 사등성지, 옥산금성, 오량성, 고현성이 있을 뿐 나머지 성지에 대한 복원은 현재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지세포성

거제의 대표적인 성(城)

먼저 지난 2010년 8월 24일 국가지정문화재(사적509호)로 지정된 둔덕기성은 그동안 고려 무신의 난으로 희생 된 의종이 귀양을 왔던 곳이라 해서 폐왕성으로 불렸으나 최근 발굴조사 결과 증축시기가 통일신라시대로 밝혀지면서 거제지역의 치성의 가능성과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둔덕기성으로 명칭을 바꿨다.

둔덕기성(屯德岐城)은 7세기 신라시대 축조수법을 알려 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현문식(懸門式) 구조인 동문지(東門址)와 삼국시대 초축(初築)되고 고려시대 수축(修築)된 성벽 등은 축성법의 변화를 연구하는데 학술적으로 중요한 자료이다. 또 둔덕기성에서는 인화문토기, ‘상사리(裳四里)’ 명문기와, 청자접시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됨에 따라 신라 문무왕대 설치된 상군(裳郡) 및 경덕왕대 거제군의 치소성(治所城)으로 추정된다.

▲사등성

특히 고려사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에 따르면 둔덕기성은 고려 의종이 3년간 거제도에 유배된 것을 비롯해 조선 초 고려 왕족들이 유배된 장소로 기록돼 역사적으로 귀중한 거제의 문화재다.

사등성지(沙等城址, 경상남도 기념물 제9호)는 사등리 평지의 들판에 돌로 쌓은 성으로, 둘레 986m, 높이 6.1m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고려 원종 12년(1271) 왜적의 침입으로 거제도민이 진주·거창 방면으로 피난했한 뒤 다시 거제도로 주민이 옮겨 왔을 때, 수월리에서 나무 울타리를 치고 생활하다가, 세종 4년(1422)에 사등리로 관아를 옮겨 성을 쌓았다고 한다.

▲ 사등성 고지도

이후 성이 좁고 물이 부족해 고현성으로 관아를 이전하기 전까지 거제읍성으로 사용됐으며 성벽에는‘산음(山陰)’, ‘삼가(三加)’, ‘상(裳)’ 등의 글자가 새겨진 석재가 있고 동·서·남·북의 문터에는 성문을 보호하기 위하여 쌓은 ㄱ자 모양의 옹성이 설치돼 있다. 성벽 주변에는 인접한 들판보다 20m 폭으로 낮게 도랑을 판 해자가 있어 성의 수비를 강화하고 있다.

옥산성지(玉山城址, 경상남도 기념물 제10호)는 조선 고종 때 부사 송희승이 축조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외성 서문지에 옥산금성이 동치 12년(1873)에 축조되었음을 알리는 석각이 있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옥산성지는 거제면 동산리 수정봉 정상에 쌓은 산성으로, 높이 4.7m, 둘레 778.5m다. 수정같이 솟아있어 ‘수정봉성’이라고도 부른다. 성문 밖에 세워진 비석에 새긴 글에 따르면 고종 10년(동치 12년, 1873) 거제부사 송희승이 조정에 지방의 행정·경제·군사 중심지에 읍성을 쌓자고 건의했지만 고종은 거제의 읍터를 3번이나 옮기는 것은 백성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 판단하고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송희승은 읍성 대신 수정봉에다 백성들을 강제로 동원해 8개월 만에 성을 완성시켜 군기와 군량을 비축하고 해변방어의 거점으로 삼았고 이후 송희승은 백성들의 강제동원 및 임금의 명령을 어긴 죄로 파직된다.

▲ 옥산금성

옥산금성은 동·서·남·북 4개의 문이 있고, 성안에는 우물이 있으며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고 이후 우리나라성의 축성기록이 없어 사실상 조선의 마지막 산성으로 불린다.

그러나 고종 을해년(1875)에 주민 강석원, 정춘식, 김정헌 등의 3인이 국란에 소집된 뒤 대금·시방·율천 등 3개 마을 주민들이 대금산 중금봉에 있는 중금산성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사등면 오량리의 오량성(경상남도 기념물 제109호)과 동부면 가배리의 가배량성(加背梁城, 경상남도 기념물 제110호)은 전략적 요충지로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이 우수영을 설치했던 곳이다.

특히 가배량성의 경우 최초의 통제영이 자리하던 곳으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우수영을 한산도 두억포에서 전라도 녹도, 진도로 옮겼다가 거제 오마포로 옮기면서 성을 쌓았다.

▲가배량성

조선 선조 34년(1601)에는 오마포에 통제영이 있었으나 통제영으로 적당하지 못해 고성군 춘원포로 옮겼다가 다시 통영으로 옮겼다. 성의 서쪽과 남쪽 일부에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성을 지키기 위해 물길을 내어 만든 해자가 있으며, 서남쪽 봉우리에는 망대터가 남아있다. 성안에서는 기와조각들이 발견되고 통제영의 관아가 있던 곳도 주춧돌이 남아있다.

이 외에도 아주현성지, 옥포성, 고현성(古縣城, 경상남도 기념물 제46호), 중금산성, 지세포성, 구영등성, 구조라성, 탑포산성, 수월리산성지, 율포산성, 다대산성지, 장목산성지, 하청성지, 성포산성지 등 수많은 성이 남아 있고 왜성으로는 영등왜성, 송진포왜성지, 장문포왜성지, 견내량왜성지가 남아 있다.

이 중 견내량왜성, 아주현성지 하청성지 등은 형태와 구조를 짐작키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해 복구가 힘든 상태며 당산성지는 대우조선소의 조성으로 사라진 상태다.

▲거제시 일원 성곽 분포도

▲지세포성

▲다대산성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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