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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명품거리 ‘황제의 길원순련 /한국문협 거제지부장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택시기사인 것 같다. 여러 사람이 탑승하여 각자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각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국민들이 가장 열망하고 있는 희망사항과, 그리고 가장 따끈따끈한 소식을 제일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는 멋진 택시 기사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바로 K여사이다. 덩치도 참 그럴듯하고, 생각의 폭도 넓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에 대하여 참으로 진한 애착을 갖고 있어 그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특히 그 친구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 거제시민들의 생각이고 바램이며, 또한 거제를 찾는 사람들의 희망이라고 볼 수 있기에 가끔씩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나는 그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택시기사를 하는 그 친구는 여러 지역에서 거제를 방문한 사람들이 자신의 차를 타게 되는 데 그 때마다 거제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안내해 줄 것을 부탁받는다고 한다. 처음엔 별 망서림 없이 거제팔경을 소개하고, 거제팔미를 안내하며 다른 지방과 다른 섬 특유의 명소를 소개해 왔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거제를 안내하게 되면 별다른 무리 없이 감사하며 거제의 그 절경에 감탄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거제를 찾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관광지가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 거제를 몇 번이나 찾아온 사람들이라 어지간한 거제 관광지는 다 알고 있어 지금까지 잘 알려진 관광지 외의 다른 볼거리를 요구한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그만큼 거제를 다녀간 사람들이 이젠 많아졌다고 볼 수도 있고, 또 거제를 한두 번 다녀갔지만 그래도 거제는 다시 찾아올 만큼 매력 있는 관광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거제의 관광은 자연경관에 국한되어 있기에 자연경관 외 별다른 곳이 얼른 생각나지 않아 K여사는 그럴 때마다 난감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K여사는 이제 자신 있게 그들에게 안내해 줄 수 있는 볼거리를 찾았다고 기념을 토했다. 바로 한국문인협회거제지부와 일운면이 함께 제작하여 설치한 ‘황제의 길’에 세워진 시의 길을 발견했다고 한다.

K여사가 손님을 싣고 학동으로 넘어가는 도중에 차에 탔던 손님 3명이 ‘황제의 길’에 조성된 시비동산을 발견하고는 차를 세우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 곳에 서서 한 참이나 그 시의 내용을 하나도 빠뜨림 없이 읽었고 사진을 찍으면서 그 곳에서 두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어떻게 이런 외진 길에 40편이 넘는 시비를 세울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거제가 낳은 유치환선생님의 시와 거제에 유배 온 유배자가 쓴 거제예찬의 유배시를 읽고는 찬탄을 보냈다고 한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친 그 길에 정작 거제에 살고 있는 자신은 시비가 세워진 사실을 모르고 그 길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지나쳤는데 다른 지역의 방문객이 이 길에 세워진 시비를 발견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관심을 갖고 보니 자신이 손님을 태우고 그 길을 지나갈 때면 그 시비가 세워져 있는 곳엔 언제나 몇 대의 자동차가 서 있고 그 시에 새겨진 시를 감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부터 K여사는 다른 기사에게도 이 사실을 안내하였고, 학동을 넘어서 그 길을 돌아 나올 경우엔 자기가 먼저 그 시비가 세워진 ‘황제의 길’에 세워진 시비동산을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2010년 12월. 일운면사무소로부터 일운면 망치고개인 ‘항제의 길’에 시비동산을 조성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거제시의 협조를 받은 일운면과 거제문인협회가 함께 힘을 모아 시비를 조성해 보자는 제안에 처음엔 거제문인협회회원들도 그 안에 쉽게 마음을 모으지 못했다.

먼저 시비동산이 세워지는 일운면 망치고갯길이 사람들의 접근성이 없다는 것이 회원들의 걱정거리였다. 말 그대로 버스 한 대 제대로 주차시킬 수 없는 도로변이었기에 그런 곳에 시비동산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말도 맞았다. 그러나 여러 회원들과 일운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그래도 그 곳에 시비를 세우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이번엔 어떤 시를 선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였다. 처음엔 거제문인협회회원들의 시를 바위에 새기기로 하였으나, 선배문인들의 고견을 받아들여 바위에 새기는 시는 우리 거제출신의 작고시인인 유치환, 김기호, 송준오, 원신상선생님의 시 8작품과 갑자사화 때 거제에 유배 와서 거제의 아름다움에 반해 쓴 5작품의 유배시를 바위에 새기기로 결정하는데도 6개월이 흘렀다. 그런 다음 거제문인협회 회원들의 시 21작품과, 일운면 자체에서 실시한 백일장에서 입상한 6작품은 구조물로 세우기로 결정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황제의 길’ 3 곳에 40작품이 세워 지난 11월30일에 시비제막식을 가졌다.

‘황제의 길’에 세워진 시비동산이 있는 이 거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온갖 나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그 키를 맞대고 자라고 있으며, 쑥쑥 자란 숲 사이로 툭 퇴인 남해 바다가 보이고, 작은 전설을 안고 있는 윤돌섬이 그림처럼 앉아있어 자연경관이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난 운치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길이다.
이제 이 길을 걷노라면 이 숲과 바다만 보이는 것만이 아니다.

한사코 풀잎을 흔들고 하늘 끝에서 우는 유치환선생님의 바람 이야기가 들리며, 일월이 지고 새는 억겁의 세월에도 말이 없는 김기호선생님의 청산의 이야기가 있으며, 술수를 모르는 어진 거제도 사 람들이 우직한 팔다리로 신의롭게 살아가는 원신상선생님의 거제도 이야기가 이 길에서 들리게 될 것이다.

거가대로의 개통으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제를 찾고 있다. 해금강과 외도가 좋아서 거제를 구경하며 돌아갈 때엔 그들의 머릿속엔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안고 가게 된다. 그러나 이젠 거제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런 자연 경관만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를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 또 다른 의미는 다양하겠지만 이 ‘황제의 거리’에 세워진 시인의 노래가 바로 거제를 찾는 사람들에게 드릴 수 있는 커다란 하나의 의미가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거제문인협회 작고시인의 작품을 이 곳에 시비로 세우자는 약속이 지켜지면 2km가 넘는 이 길은 그야말로 ‘시의 길’이 되어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면 이 황제의 길은 거제 명품의 거리, 세계 명품의 길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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