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을 건립한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와 거제시의 법적공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서로에게 득될 것도 없어 보인다. 서로의 감정만 상한 채 세간의 기억에서 떨떠름했던 일로 남을 것임이 분명해 보여서다. 이번 일로 끝날 관계도 아니다. 장승포에 추진중인 흥남철수작전기념공원 조성사업이 아직 남았다.

한편에선 동상철거를 주창하며 대책위를 꾸린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의 행보가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당위로 무장한 채 연일 압박 수위를 올려가는 양상이다. 시간이 제법 흐른 탓에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 등 제막 주체들과 시민단체는 각자의 자리에만 떡하니 눌러 앉아 양보 없는 대립각만 세우는 형국이다. 칼날을 벼린 채 결사항전을 각오한 장졸들이 따로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거제시는 ‘법적대응’이라는 카드만을 만지작거리며 지켜만 보는 모양새다. 동상을 두고 빚어지는 마찰을 뻔히 목도하지만 뚜렷한 방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포로수용소공원을 관리하는 애꿎은 시설공단직원들만 적잖은 스트레스를 겪어낸다. 실랑이의 틈새에서 부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공단직원들의 고충은 누구에게 호소해야 할까.

거제시가 이 같은 사태로 번지기까지, 제막 주체들과 ‘중재’를 시도했는지, 했다면 어느 정도였는지, 시도가 먹혀들지 않았는지는 모를 일이다. 제막 주체들이 워낙 완강하다는 얘기도 있다. 이를 탓하고 있을 수 없는 까닭은, 급박하게 흘러온 상황이 중재 기미는 커녕 애초부터 ‘대립 구도’로만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 한다. 우물쭈물하다 또 실기(失機)해선 안된다. 지금이라도 거제시는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 등과 대립 구도를 해소할 수 있는 공식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공론으로 해법을 찾아 볼 일이다. 투박한 법적대응 보단 세련된 협상이 낫다. 예견됐던 사고예방은 못했다손 치더라도, 사고수습은 제대로 해야될 게 아닌가.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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