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청소년문회의집에 둥지틀고 전문적 소양교육이 참된 봉사 이끌어

‘하얀 종이를 사랑과 봉사로 채워나가자’

옥포고 1학년 남학생 11명은 위와 같이 뜻을 모으고 봉사동아리 ‘백지(白紙)’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동아리 운영을 위해 어른들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 지난 11월 ‘옥포청소년문화의집’ 문을 두드렸다.

언제나 아이들로 북적이는 ‘옥포청소년문화의집(이하 문화의집)’. 어린 아이부터 덩치 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청소년들이 모이는 장소다. 시설 1층은 PC방과 당구장이 있어 학생들의 건전한 놀이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2층엔 다목적활동실, 음악활동실, 그룹사운드실, 동아리방, 정보서비스실, 샤워실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많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교외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문화의 집은 청소년자원봉사관리시스템(www.dovol.ne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봉사활동정보서비스를 활성화해 청소년들이 봉사활동 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시스템은 청소년들이 인터넷으로 다양한 봉사활동 정보를 얻고 자신에게 적합한 봉사활동을 검색·신청하고, 확인서 발급까지 스스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좋은 평가를 받아 지난 2009년엔 청소년 자원봉사 우수인증터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미소가득한봉사활동’, ‘나래봉사단’ 등 청소년 봉사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이 자원봉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백지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탄생했다. 학생들이 좋은 뜻을 품고 자율적으로 모임을 만들었다는 것이 크게 와 닿았다.

어른들의 지도아래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전문적 지식을 갖춘 청소년 지도사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집에서 3년째 자원봉사 지도를 맡고 있는 이덕자(여·48) 청소년 지도사는 봉사활동에 앞서 실시하는 소양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봉사활동은 대학입학사정관제전형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자칫 의무적이고 타의적 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정을 아는 봉사대상자들은 봉사자들을 향해 ‘청소나 하고 가라’는 식의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고 봉사의 올바른 개념을 학생들에게 정립시켜주는 것이 지도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동아리 창단과 함께 실시된 첫 봉사활동도 소양교육부터 시작했다.

이덕자 지도사는 학생들에게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봉사에 대한 패러다임과 학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또 봉사와 함께 사회공동체를 이해하는 교육을 함으로써 봉사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백지 창단에 앞서 ‘미소가득한봉사활동’에 학생들을 참여시켜 선경험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봉사활동을 실시하며, 동시에 동아리를 만들었을 때 맡게 될 책임감을 간접적 체험했다.
소양교육이 ‘의무봉사’를 ‘자원봉사’로 바꾼 것이다.

봉사대상자들을 미리 이해하는 시간도 갖는다. 가령 경로당을 방문했을 때 어르신들에게 예의에 벗어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지난 11월 문화의집에 둥지를 틀면서 실시한 옥포경로당 방문은 첫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실수없이 잘 마무리했다. 사전 교육이 큰 보탬이 됐기 때문이다. .

3시간에 걸친 그들의 활동은 어르신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거실과 방은 물론이고 화장실과 신발장, 경로당 주변 등 먼지와 쓰레기가 많이 쌓이고 위생과 미관이 드러나는 부분을 꼼꼼하게 청소했다.

청소가 끝난 뒤에는 안마를 해드리며 친손자 이상의 효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가벼운 레크리에이션과 장기자랑으로 어르신들의 운동과 여가를 더욱 즐겁게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평가·반성하는 시간을 마련해 개선할 점을 찾고 느낀 바를 공유한다. 이날의 값진 경험을 종이에 정리, 기록함으로써 추억에서 끝나지 않고 동아리의 역사와 밑거름이 된다.

지난 10일에는 두 번째 봉사지로 조라경로당을 방문했다. 이날에는 나래봉사단의 여학생들도 함께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3회째는 장애인생활시설을 방문할 예정인데 사전교육을 철저히 준비 중이라고 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의사표시가 자칫 학생들을 놀라게 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며, 학생들의 철없는 행동에 불쾌해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덕자 지도사는 “(핵가족화에 따라)요즘 아이들은 성장기에 혼자됨을 배우지만 정작 타인과의 소통에서 단절이 되기 쉽다”며 “봉사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키우는 동시에 동료 간 협동 하는 능력을 배우는 매우 귀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봉사동아리 백지는 창단 두 달을 맞는 어린 모임이지만 내년도 계획을 알차게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이동수단이 부족해 도보로 이동 가능한 곳에서만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차후 동아리 운영이 안정궤도에 오르면 보다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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