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난 정치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끼어들고 싶지도 않다. 그런 내가 ‘정치여, 정치인이여.’하고 달려드는 것은 바라보기에 너무 딱해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쳐다보지 않으려 해도 내 나라의 현실이니 피해갈 수도 없다. 정치인들이 펼쳐놓은 오늘의 현실은 국민의 안주安住를 허용하지 않는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국민의 혈세만 축낼 뿐 소임은 다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고통이 무엇이고,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정치가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지는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국회에서 하는 그들의 행동은 반세기는 뒤로 물러서 있고, 그 꼴이 너무나 현란하여 외국에 있는 교포들까지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라 한다.

한번 우리의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유권자가 보이는가, 국민이 보이는가?’ 유권자가 국민임에는 분명하나, 이 두 어휘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민의 아픔은 뒷전이고, 당장 눈앞의 지지표 한 장에만 집착하는 것이 우리 정치인이기에 이 같은 어색한 문법도 통하는지 모른다.

지금 국민들 사이에서는 한번이라도 정치에 가담했던 자는 모두 떠나보내면 어떨까 하는 말이 자주 흘러나온다. 정치인들이 도대체 어떻게 행동했기에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을까. 얼마나 정치가 국민에게 외면을 당했으면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감옥가고, 폭력 쓰는 것은 일제시대를 겪은 세대들에게나 통했던 이력인데, 우리의 정치인들은 아직도 국회에서 난장판이나 벌리고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렇게 철저하게 국민에게서 외면당하면서도 그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국민들의 외면은 나 이외의 정치인이 아니라 바로 정치인 ‘나’라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국민의 외면은 여당과 야당을 아우르는 모든 정치인이다. 그것도 모르고 현실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파악하려는 어리석은 정치인들만이 가득한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한번 짚어보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나 된 야당의 승리라고 떠들고 있으나 아니다. 분명 이것은 정치인의 패배이다. 선거과정에서 박원순 후보가 하나의 정당에 입당하지 않은 것은 기존 정치인들을 국민이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했기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외길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야당의 승리라고 한다면 아직도 한국의 국민을 잘 모르고 모독하는 일이다. 이제 국민의 수준이 정치인들의 머리 위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우리의 정치인들은 몽유병 환자처럼 현실을 읽지도 못하고 있다. 만약 읽고도 행동이 이 정도에 머문다면 차라리 국민을 위해서라도 정치에서 떠나야 한다.
요즈음 ‘안철수 신드롬’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이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국민은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그를 찾는다. 그가 앞으로 정치를 어떻게 할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기다리는 국민은 참으로 위험한 투기이다. 능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국민의 앞날을 내맡기는 것은 투기 중의 투기이다. 그런데도 그 투기를 국민이 선택하려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에게 철저하게 절망했기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국민들은 기존 정치인들을 다시는 정치 현장에서 만나지 않도록 법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농을 한다. 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국민이 받은 상처는 이만큼 크고, 쉽게 아물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 점을 정치인들이 깊이 새겨야 한다.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법안마저도 당리당략에 매어 국회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다. 더 이상 이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내용을 가지고 국회 안에서 깊이 토론하는 것은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이 문제도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자당에 미칠 영향을 따져 당리당략에 따라 몸싸움을 벌렸다면 그것은 더욱 국민에게 외면당할 처사였음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이여.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새해 예산이 국민을 위해 적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 국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국회의 모습을 바라볼 권리가 있다. 매년 샅바싸움만 하다가 어떤 항목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날치기 통과하는 새해예산안에 국민은 진저리치고 있다. 이번만은 절대 그러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정치여, 정치인이여. 외면한 국민의 관심을 다시 모으기 위해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읽지 말고, 그것에 견강부회牽强附會로 임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민의 질타는 다른 정치인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다. 국민은 지금 여당도 지지하지 않고, 야당도 지지하지 않으며, 모든 정치인에서 떠났다. 재보선의 결과는 여당의 승리도 아니고, 야당의 승리도 아니며, 기존 정치인 바로 ‘당신’의 패배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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