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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後] 현지 일정 따로 잡은 ‘꼼수 의회’


거제 선량(選良)들에겐 애당초 기대하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원래 사흘 동안 오롯이 의정활동과 관련된 강의만 듣고 오는 ‘야무진’ 일정으로 짠 이번 하반기 의정연수(11월 16일~18일)는 제주에 발을 들인 후 상당 부분 달라진 것 같더군요. 둘째 날 오전·오후 두 차례 강의는 송두리째 사라지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녹차 밭, 사찰, 마장마술 공연장 등 ‘탐라’(耽羅)의 속살을 자유롭게 둘러보는 걸로 대신했다고 합니다.

‘기대’를 한 순간에 ‘실망’으로 돌려준 시의원들에게 이른바 ‘헌정 기사’라도 써드려야 하는 걸까요. ‘특강은 현지 일정에 의하여 변동될 수 있습니다’란 글귀가 계속 맘에 걸렸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네요. 요즘 대세로 떠오른 단어인 ‘꼼수’(쩨쩨한 수단이나 방법)는 바로 이런 때 쓰는 표현일 겁니다.

연수를 다녀온 몇몇 의원들 말을 종합해보면 현지에서 갑작스레 일정이 달라진 게 아니라 거제를 떠나기 전부터 미리 ‘관광 코스’가 잡혀있었던 것 같은 느낌입니다. 결과적으론 날씨가 의원들 발목을 잡아 계획이 틀어진 격이지만, 사실 따분한 강의는 안중에도 없었던 셈입니다.

한라산에 오르려 했던 것 같은데, 당일(17일)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등 하늘이 제법 사나웠던 탓에 산행이 여의치 않아 차로 이리 저리 움직이며 내키는 곳을 구경하는 ‘자유여행’으로 변경된 게 이런 의혹을 뒷받침 하는 정황입니다. 꽤 버라이어티한 ‘진짜 일정’은 따로 있었단 얘기죠.

그나마 첫날(예·결산심사 접근방법과 체크포인트)과 마지막 날(감성 스피치 및 대화기법) 강의가 제대로 이뤄진 게 다행스런 일입니다. 강의 내용은 상당히 알차고, 대체로 만족스러웠다는 후문인데 아예 대놓고 ‘놀고 즐기긴’ 양심상 어려웠나 봅니다.

연수를 다녀온 한 의원은 “실은 가지 않으려 했던 연수인데, 참석하고 보니 후회막급”이었다며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시간이 아까울 지경”이라고 씁쓸해 하더군요. 처음부터 솔직 담백하게 일정을 털어놨다면, 지금처럼 ‘양치기 소년’으로 몰리진 않았을 겁니다. 뒤로 숨기려다 들통 난 꼴이 더 보기 안쓰러울 정돕니다.

거제시민들이 가려 뽑은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의원님들 수준이 고작 이 정도였습니까. 더도 덜도 말고 ‘이대로만 되면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라고 간절히 바랐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쇠귀에 경 읽기’, ‘안 봐도 DVD’로 끝났습니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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