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잠잠하던 정치권에 매가톤급 회오리가 휘몰아쳤다.
이른바 안철수 바람이다.
이 바람은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청와대 입구까지 진입한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철옹성과도 같았던 요지부동의 박근혜 대세론마저도 안철수 바람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그만큼 안철수 바람은 강력했다.

안철수 바람으로 등장한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당선은 차라리 기적에 가까웠다. 지지율이 불과 5%내에 머물던 그가 지지율 50%가 넘은 안철수 교수와의 아름다운 양보를 통한 단일화를 이룸으로써 제1야당인 민주당을 제치고, 무소속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그리고 마침내 서울시장에 당선 되는 감격적인 한편의 정치 드라마를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안철수 바람은 서울시장을 갈아치우고 마침내 한나라당과 민주당까지 침몰시켰다. 이는 비단 한나라당 내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메인스트림 (MAIN STREAM)전체에 대한 타격이며, 더 이상 국민들을 속이고 기만하던 비상식적인 정치로 대변되었던 메인스트림의 본산인 한나라당을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안철수 효과, 혹은 안철수 바람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안철수를 지지하는 젊은 집단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과연 무엇일까?
안철수 효과는 20,30,40대 즉 2040을 지칭한다.
서울시장 선거결과 20~40대의 절반을 넘어서서 심지어 30대의 75%이상이 박원순 후보를 선택한 것에서 보듯, 이들은 분명히 반 한나라당, 반민주당 정서를 드러냈다. 지지율 5%도 되지 못했던 박원순을 53%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시킨 그 젊은 힘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야권 무소속 후보, 시민운동가 박원순에게 맡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박원순 대 박영선의 민주당과의 단일화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반 한나라당, 반민주당, 거기다가 진보정당 마저도 지지하지 않았다. 이른바 “무당 층”, 새로운 중도세력, 새 희망의 아이콘이다.

나는 이들을 여 와 야, 좌 와 우 라는 고정적 프레임에 갇혀있지 않은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는 “새로운 세대의 중도 층” “2040”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2040세대, 이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할 젊은 희망 세대이다. 그런데도 이들에게는 희망이 보이질 않다는데 그 고민이 있다. 출구가 없는 막막한 터널에 갇힌 것처럼 암담함을 느껴야만 하는 세대이다.
거기다가 급격한 고령화 사회를 떠받치고, 자유무역의 높은 세계 경제블록을 헤치고 나아가야할 막중한 중압감을 지닌 세대이기에 이들의 고민과 분노는 더욱 강렬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변호사는 살아온 대부분의 세월을 남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해 온 것을 이 2040 들이 높이 샀으며, 안철수가 신뢰한다는 것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이번 싸움이 대한민국 메이저 방송, 신문 등 막강한 보수언론과 깨어 있는 유권자와 2040이 SNS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라는 새로운 미디어와의 한판 싸움이었다.
이러한 바람은 지금 우리 거제 지역에도 세차게 불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애서 우리가 잘 새기고 분명히 판단해야 할 것은 안철수 바람이 단순히 반 한나라당 이라거나, 야권통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아직도 야권에서는 이 안철수 바람, 즉 2040을 단순히 정권교체나 반 한나라당 이라고 하는 프레임으로 고정시켜 해석 하려고 한다.
정권교체라는 큰 틀에서 보자면 일견 틀린 것 같지는 않으나, 이번에 불어온 안철수 바람으로 대변되는 2040의 힘은 그보다 더 크고 깊으며, 근원적인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안철수 바람은 결코 이념적이지 않다. 오히려 탈 이념적이다. 우리사회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안철수 바람의 참뜻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한나라당이 이제 친미, 반공세력으로 반 통일주의와 수구 꼴통이라는 오명을 벗지 않고는 도저히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한나라당도 시대에 역행하지 않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며, 온건한 보수로 탈바꿈해야만 하는 숙제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1야당인 민주당 역시 보수정당으로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만 한다. 차라리 같은 보수정당인 한나라당과 통합하든지, 아니면 더 개혁적이고 진보적으로 변모하여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야할 것이다.

그리고 진보정당들도 마찬가지다. 3%라는 초라한 지지율 밖에 되지 않는 진보정당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제도권정당과 제도권정치는 본디 대중과 함께 대중 속에서 호흡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국정운영을 잘못했으면, 야권의 각 정당들끼리 연대하여 단일후보를 이루는 방법을 동원하게 된 것일까? 국민들도 이처럼 정책과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들이 오로지 당선만을 위해 반 한나라당 야권 단일후보를 더 지지하고 선호하게 되었을까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안철수 효과는 단순히 단일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를 지지한 2040세대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치, 사회전반에 대 변화를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절박성의 반증인 셈이다. 이제 보수도 변해야만 하고 진보도 변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정당정치는 모름지기 각기 당의 정강정책, 노선과 이념에 의해 움직이고, 또한 그러한 것에 동의하는 후보들이 각 정당마다 출마하여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게 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사회가 될 때, 제대로 된 대한민국,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우리는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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