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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년 총선과 대선에 관련된 여론조사를 보면 여·야에 관계없이 안철수 교수(安哲秀·50·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를 빼놓고 논의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M일보와 디오피니언은 지난달 29~30일 조사에서 ‘안철수 중심의 제3당’이 등장하면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40.9%였습니다. 한나라당과 다른 새 보수신당이 나올 경우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4.1%로 막상막하의 박중세를 보였습니다.
또 다른 최근 조사에서도 ‘안철수 박원순 중심 제3세력’에 대한 선호도는 39.3%에 이르러 40%의 ‘박근혜 중심 한나라당’과 비슷하고 ‘손학규 정동영 중심 민주당 11.1%의 지지도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 정당사(政黨史)에 처음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여당이 불신당하면 야당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야당이 불신당하면 여당의 재(再)집권이 유력시 돼 왔지만, 집권당과 제1야당이 자기 진영에서 동시에 불신을 받은 경우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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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새로운 인물들이 참여하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 입장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안철수 교수는 아직 정치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철수 쇼크’가 컸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다음날 기자들이 대학을 찾아가 만났을 때 앞으로 정치를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학교 일도 벅차다”고 답했습니다.
내년 대선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처음엔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이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쪽으로 말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안 교수가 정치에 뜻을 두고 나설 시기와 방법을 재고 있는 것 같다고 어림짐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사람됨이나 정치적 선택에 대해서는 구구한 추측이 나돌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안 교수가 국가적 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안 교수가 주변 인물들에 했다는 “나는 안보는 보수고 경제는 진보”라는 말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안 교수가 지난 5월 국회 강연에서 ‘대기업의 약탈행위’를 비판한 것을 보면 경제분야 쟁점에서 진보적 입장인 것은 맞는 듯 하지만 구체적인 각론(各論)에서 어떤 해법을 지니고 있는지를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가 보수적 입장을 지녔다는 안보 분야에서도 가령 천안함 사건에 대한 그의 입장이 그가 지지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는지 적잖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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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상식이 비상식을 이긴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습니다. 한 정치전문기자는 “박원순은 상식이고 나경원이 비상식이라면 패배한 나경원을 찍은 서울시민 46%는 비상식인가. 두 배나 더 나경원을 찍은 서울의 50, 60대도 비상식인가. 젊은 세대는 상식이고 중견·원로는 비상식이라면 한국은 물구나무 사회인가. ...”라고 칼럼을 통해 비판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선택입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수(多數)결정으로 승자에게 일정기간 약속된 권력을 맡기는 것 뿐입니다. 당선자는 부여받은 권력으로 공동체에 봉사하고 다음 선거에서 심판받는게 ‘선거의 계약’입니다. 상식과 비상식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국민의 지지율이 유력 대선 후보와 엇비슷한 지도자급이라면 국가적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명백히 해야 합니다.
안 교수는 노무현 정권때 시작해 4년째 국가적 현안이 되고 있는 ‘한미 FTA’문제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4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고 결과에 따라 다음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말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나 FTA비준안을 비롯한 국제조약은 의회에서 처리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그동안 7건의 FTA 비준안을 모두 국회에서 처리했습니다. 그런데도 손 대표가 국민투표를 들고 나온 것은 미국과의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나라와의 FTA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크다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는 그 경제적 규모나 영향이 미국보다 더 크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습니다. ‘한·EU FTA’가 국회에서 처리될 때는 민주당은 불참했습니다. 손 대표는 경기지사 때 한·미 FTA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잘 한 일로 꼽았고, 2008년 민주당 대표직을 처음 맡았을 땐 “민주화 세력이 ‘선진화와 세계화’를 거부하면 미래가 없다”면서 한·미 FTA를 적극 찬성 했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국가적 현안인 한·미 FTA 문제에 대해 어느 것이 상식이고, 어느 쪽이 비상식인지도 밝히는 것이 국가적 지도자의 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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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가 서울대학교라는 치외법권안에 은신하고만 있기엔 사태가 너무 진행된 것 같습니다. ‘안철수 현상’을 가리켜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한국정치의 고도(Godot : 절대자, 구원자)를 기다리는 대중적 심리에 안철수 무지개가 살짝 뜬 현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마치 상징조작에 의한 상징권력을 누리는 것처럼 폄하했습니다.
안 교수는 이제 더 이상 재지말고 정계에 나설 것인지, 물러설 것인지, 자신의 진퇴(進退)를 분명히 해야 할 때입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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