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역 한 초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S씨는 얼마 전 자신을 고용한 용역업체로부터 갑작스런 ‘근로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사용자(학교) 측의 교체 요청’으로 인한 조치라는 짤막한 이유였다.

S씨에 따르면 지난 9월 7일부터 A학교 경비원으로 근무했고, 나름 성실히 일 했다고 한다. 운동장이나 마룻바닥에 떨어진 조그만 돌멩이, 유리조각도 아이들 안전에 해가 될까봐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S씨는 이번 해고 사태의 발단을 최근 교장과 벌인 언쟁에서 찾았다. 지난 19일 오후 8시 40분쯤 교장이 숙직실에 들렀는데, 자신을 찾아온 지인과 잠시 바둑을 두던 모습을 보곤 “근무자가 바둑을 둘 수 있느냐”라며 한동안 험한 말로 심하게 나무랐다는 것.

일반적인 지적 수준을 넘은데다 교장이 취기도 있어 보여 결국 말다툼으로 번졌고, 이것저것 따지고 들자 그사이 교장이 자리를 떠 그날 상황이 일단락됐다는 게 S씨 설명이다.

S씨는 “술을 마시고 들어와선 폭언을 일삼으며 힐책하는데 아무리 경비원이라지만 인격적인 모멸감을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과적으로 이 일을 빌미로 용역업체 쪽에 압력을 넣어 해고를 종용한 걸로 보인다”며 “형사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곧바로 해고 수순을 밟은 건 지나친 감정적 대응이자 사실상 부당해고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자로 업체 측이 S씨에게 우편으로 보낸 공문에는 오는 20일 계약이 해지되는 걸로 돼 있다. 관련법 등에 따라 한 달 전에 해고 사실을 미리 알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관계자는 “그날 숙직실에서 바둑을 두고 있어서 당직 근무자가 근무시간에 바둑을 두는 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두지 말라고 했고, 전부터 특별실 문을 잠그라고 했는데 열려 있어 잠그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S씨 주장과 관련해서는 “말다툼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격앙됐을 수는 있는데 인격적으로 모욕한 적은 없다”며 “학교 관리자로서 잘못을 지적한 것 일뿐 감정적 대응은 결코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번 일을 포함해 계약조건 상에 경비원 교체 요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돼 그렇게 한 것”이라며 부당한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용역업체 측은 “S씨가 문단속을 빼먹거나 근무 중 다른 일을 하는 등으로 시말서를 받기도 했다”면서 “당초 계약기간은 내년 2월 말까지지만 학교 측 교체 요청을 받아들여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했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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