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성이 있고 그 특성은 그 지역의 산업과 문화를 형성하게 되며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지역의 정서가 살아서 숨 쉬게 된다. 우리 거제는 지금까지 넓은 바다 위에서 숨을 쉬며 살아왔다. 생존을 위해 그 바다위에 그물을 던졌고 갯벌에서 조개를 찾았으며, 해초를 캐며 파도소리와 함께 섬 위에서 생계를 이어왔다.

이런 섬사람들의 삶의 방법과 애환과 정서는 문화와 예술로 승화되어 거제에는 다양한 예술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 ‘거제선상문학축제’는 거제도의 특성을 살린 문학행사로서 어느 지역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해양문학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 벌써 15회의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이번 ‘2011 거제선상문학축제’에서는 거제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경상남도문인협회에서 실시하는 ‘찾아가는 문학회’ 행사와 함께 진행하게 되어 경남 전 지역은 물론 전국 각 지역의 문인들이 거제를 찾아 온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거제선상문학축제가 시작되는 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흐렸다. 회원들은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청마시와 학생, 일반, 거제문협회원, 그리고 각종 백일장에 참석하여 우수한 성적을 얻은 사람들의 작품을 모두 시화로 꾸며 크루즈선을 온통 문학의 광장으로 꾸몄다. 그리고 경남문학인들과 초청한 시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는 절대 가을비가 오지 말게 해 달라는 회원들의 염원과는 달리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바다끝에서 몰려온 가을비는 뱃전에 닿자마자 게시한 시화작품들을 형편없이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밤을 새우며 만들어 놓은 사행시짓기와 시조종장짓기 용지를 휙 나꿔채 바다로 데리고 갔고, 시화엽서도 함께 뱃전으로 끌고 갔다. 배가 한 바다로 나가자 바람은 더 기세를 부렸고, 만일을 위하여 선상꼭대기에 준비해 두었던 천막도 거두지 않으면 안될 만큼 가을비는 심술을 부렸다.

그런 가을비 속에서도 계획된 대로 청마시낭송대회 본선을 진행하였는데, 참가한 본선 참여자들의 시낭송 솜씨는 심사를 맡은 정호승, 심종선, 송희복, 이성보 시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만큼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어 참가한 모든 문인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어서 이 행사에 참가한 내빈들의 시낭송이 있었다. 여늬 행사처럼 참가한 내빈 소개와 축하 인사 대신 선상문학축제를 축하하기 위하여 참석해 주신 내빈들이 직접 시를 낭송하여 문학행사다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다시 경남문협회원들과 거제문협회원들의 시낭송이 이어졌고, 정호승, 심종선, 송희복교수, 이성보선생님의 문학세미나가 펼쳐졌다. 회원 모두를 선상위로 모셔서 거제의 야경에 흠뻑 빠지게 한 다음 명사들의 시낭송과 강사들의 문학세미나를 개최하려고 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선상위로 올라가진 못하고 2층 선실에서 모든 행사를 치루었지만 어느 한 사람 그런 가을비를 탓하는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그 가을비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이 되어 참가했던 모든 문학인들과 내빈님들과 거제시민들에게 잊지 못할 예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순간순간을 가져다주었다.

미남크루즈호가 바다를 헤엄쳐나갔을 때 회원들은 가을비도 아랑곳 않고 뱃전으로 나갔다. 검은 밤바다와 번쩍이는 야경의 조화에 반했고, 펄럭이는 시화들의 흔들림에도 황홀해했다. 그들은 선상에서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유치환의 깃발을 흔들었고, 바다에 깃든 청마선생님의 시혼을 건져내었으며, 시인이 아닌 시민들도 시어를 낚아내는 참 귀한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참가한 문인들에 가을비는 오히려 환상적 분위기를 제공해 주었고, 경험해 보지 못한 귀한 시간을 갖게 해 준 기회가 되었다.
거제도를 찾은 많은 문인들은 가을비에 가슴조이며 죄송해 하는 우리 회원들의 마음을 오히려 걱정하며 이런 가을비에 크루즈선상에서 문학축제를 하는 것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이번 ‘2011 거제선상문학축제’는 문학인들에겐 문인끼리의 네트워크 구성을 통하여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지게 하였고, 또한 이 시대의 횃불이 될 문학인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드높이고 그들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참가한 내빈들과 거제시민들은 문학은 문학하는 사람들만의 전용물이 아니라 누구나 보고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문학을 향유하는 시민이 되는 길에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믿는다.

국가적 브랜드를 5% 상승시키려면 기업이윤이 30%가 올라야 브랜드 상승률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이번 ‘2011 거제선상문학축제’는 비는 내렸으나 참여한 전국의 문인들에게 우리 거제문학의 위상을 올리는 기회가 되었고, 거제의 문학적 브랜드 가치화를 심어주는 의미있는 축제가 되었다고 보겠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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