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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봉정암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하담스님 /무이사 주지

시월의 첫째 주에는 신라시대 고승(高僧)이셨던 자장 율사께서 중국의 청량산에서 모셔온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뇌사리(眞身腦舍利)가 봉안된 5층 석탑이 있는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중의 한 곳인 설악산 봉정암으로 2박3일간의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첫 날에는 거제에서 6시간을 관광버스로 달려 백담사 주차장에 내려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영시암을 거쳐서 우리나라 최고의 관음성지(觀音聖地)이자 오세동자의 설화가 있는 오세암에서 일박을 하였다. 두번째 날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험한 등산로를 따라서 봉정암으로 올라가서 방사(房舍)를 잡아놓고, 오후에는 대청봉 산행을 하였다. 마지막 날에는 봉정암을 출발하여 수렴동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설악산의 단풍을 실컷 구경하면서 내려왔다. 짧은 기간의 성지순례였지만, 좋았던 느낌을 적어본다.

먼저, 성지순례라는 것은 종교적이면서도 수행적인 것이어서 각자가 성지순례를 하는 이유와 목적에 따라서 그 의미와 해석을 달리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성지순례를 하게 되면 고행(苦行)이 먼저 따르게 된다. 이번 설악산 성지순례에 동참한 불자님들 중에는 여러 번을 다녀온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처음 경험하시는 분들이어서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생겼었다. 고된 산행으로 신체적인 고통과 불편한 기도처의 환경 때문에 생기는 생활적인 고통을 참아내고, 무사히 성지순례를 마치고 내려올 때는 동참했던 모두가 감사해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상황이 오게 되면 불안해하고 싫어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들은 우리들이 정해 놓은 기준들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기뻐하거나 슬퍼하거나 혹은 행복해하거나 불행한 상황을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맞이하게 되어 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衆生)의 삶은 고해(苦海)’라고 설하셨던 것은 우리의 삶은 구조적으로 고통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서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로우며, 인류 역사가 중명하듯이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늙고 병이 들며 마침내는 죽게 되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근원적인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하여 출가를 하시어 깨달음으로서 해탈을 이루신 것이다.

모든 종교가 발생하게 되었던 원인과 종교생활을 지향하는 목적도 인간이 갖고 있는 고통에서 벗어나서 영원한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이고득락(離苦得樂)에 있다. 그러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의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가 있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 고통을 없앨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 고통의 문제는 우리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것을 보게된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겨라’는 말이 있고 ‘기한(飢寒.배고픔과 추위)이 우리를 수행하게 만든다’라는 불가의 가르침이 있으며, 예수님은 “우리에게 감당하지 못할 시험은 아니 주신다. 시험은 연단을 준다”라고 성경을 통해서 말씀하셨다.

높은 산 정상을 힘들게 올랐을 때 그 기쁨은 크고, 산모가 극심한 산고를 겪으면서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아이가 더욱 귀하게 보이고 큰 행복감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병고(病苦)로서 양약(洋藥)을 삼아라’라는 가르침에서는 우리들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고통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 다음으로는 많은 기도객과 등산객이 다니는 설악산의 등산로가 의외로 깨끗했던 것이 기분 좋게 했다. 힘든 산행을 하면서도 서로서로 격려하면서 인사하는 모습과 좁은 길에서 마주치게 되면 서로가 양보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봉정암에 가면 ‘쓰레기는 되가져 가시오’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산행하면서 힘이 들때에는 조금이라도 짐을 내리고 싶을 터인데, 몰래 숨겨 놓고 와도 될 쓰레기 봉지를 끝까지 들고 내려오는 불자님들을 보면서 순수해진 그들의 열린 마음에 칭찬을 듬뿍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가끔 거제지역에 있는 계룡산에 올라 가보면 곳곳에 쓰레기가 엉망으로 널려있는 것을 보게 되어, 산에 다니시는 분들이 왜 저러할까? 하는 씁쓸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도심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계룡산이기에 놀러오는 장소가 되거나, 자신의 건강만을 위해서 운동하는 장소가 되어서 그런지 산에 대한 배려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자연과 자연끼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려를 잘하는데,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이 자연에 대해서는 배려가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 자연보호라든지 자연사랑을 말하지만, 사람 위주로 개발하거나 사용하면서 자연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사랑은 최악의 사랑이 되고 만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하여 조화로운 공생의 관계를 가질 때, 아름다운 최고의 사랑이 이루어진다. 공생(共生)은 ‘같은 운명으로 함께 하는 삶’을 말하며 우리 사람들은 자연과 철저히 공생 관계를 가질 때 행복해지는 것이다. 스님들이 공양을 하기 전에 사찰의 구석진 곳에 과일이나 음식을 놓아주는 것은 먹을 것을 찾지 못한 동물들이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먹고 남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먹어야 할 것을 나눠주는 것으로 참다운 베품이 되고 보시가 되는 것이다. 내가 힘이 들어도 상대가 편안할 수가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름다운 매력이라는 것을 쓰레기봉지를 들고 오던 그들의 손에서 배울수가 있었다.
아무튼, 이번 성지순례는 짧았지만 아주 많이 행복했던 것 같았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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