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 구속 30대男 가족들 “이런 법 어딨나" 호소

사기를 당했다며 상대를 고소한 한 남자가 되레 ‘무고죄’로 구속됐다. 무고죄로 구속된 남자가 사기혐의로 고소했던 남자는 사기전과가 있던데다 숱한 사람들이 사기를 당했다며 고소와 피해주장이 잇따르는 인물.

무고죄로 구속된 남자의 가족들이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구속된 K모(36.수월동)씨는 구치소에 갇힌 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가족들도 가슴을 치고 있다. 그는 정황증거를 두루 살피지 않은 검찰과 법원의 잘못된 결정에 따른 ‘사법피해자’인가, 한 점 의혹 없는 검찰수사와 명약관화한 판결 끝에 합당한 단죄를 받은 범죄자인가.

“남부면에 좋은 건물 있으니 사시죠?”

K씨 가족에 따르면 사건의 주인공인 K씨가 S모(33.연초면)씨를 알게 된 해는 지난 2007년. 중고차매매업체에서 일하던 K씨에게 차량구입을 상담하러 온 S씨는 차량매매를 매개로 안면을 트게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K씨에게 해금강 일원에 투자할만한 매물이 나왔다며 구입을 권유했고, 액수가 적잖아 손사래를 치던 K씨는 거가대교 개통 이후의 관광수요 전망 등을 곁들인 S씨의 ‘달콤한 유혹(?)’에 자신의 집까지 담보로 잡혀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으로 그해 말 4억6000만원에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포함된 3층 건물을 사게 됐다.

S씨는 자신이 리모델링 공사도 저렴한 가격에 맡아주겠다고 제의했고 K씨도 공사를 맡기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9000만원이 공사대금으로 S씨에게 주어졌다. 그런데 공사 진척이 차일피일함을 인지한 김씨의 채근에도 리모델링 공사는 더뎠다는 것. 김씨의 마음이 편치 않았던 가운데 문제는 엉뚱하게 꼬이고 있었다.

2008년 5월 초순, S씨가 다른 사람과 보증금 2억원을 조건으로 건물 2~3층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이다. K씨가 S씨의 제안에 개설해 S씨가 관리하던 공사비 계좌로 전세계약금 7000만원도 입금됐다.

일이 심상찮게 돌아감을 느꼈던 김씨는 등기부등본을 재차 확인한 결과 자신도 모르는 전세계약이 돼 있음을 알게 됐고, S씨와 계약을 맺었던 L모씨에게 전세권설정등기 말소를 요구하며 소송까지 청구했다.

2008년 7월 초순 선고된 이 소송 판결은 S씨가 K씨로부터 대리권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세권설정등기말소가 타당하다는 내용. K씨가 이 건물 소유주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S씨는 이미 한 달 전, 잠적한 상태. 당초 건네졌던 리모델링 공사대금 상당 액수와 L씨의 전세금 등 억대의 돈도 증발한 뒤였다.

문서위조 의혹 받는 S씨, 명의신탁 주장

K씨는, 자신은 물론 제3의 피해자까지 만들고 달아났다며 S씨를 처벌해달라고 2008년 8월 중순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K씨가 그간의 정황을 되짚은 결과, S씨는 부동산거래에 밝지 못한 K씨에게 ‘등기필증’을 찾아오겠노라며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까지 건네받아 위임장을 위조하고 인감증명도 발급받았다는 것이다.

그 등기필증을 이용해 자신을 건물소유자로 내세워 다른 사람과 임대차계약을 맺은 뒤 전세금을 가로챘다는 게 고소 사유. 사기혐의로 피소 당한 S씨가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다음해인 지난 2009년 12월이었다.

S씨는 건물문제로 힘들어 거제를 떠나있었고 리모델링 공사대금으로 받았던 돈이 K씨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은 것이며, K씨에게 자신소유 건물을 ‘명의신탁’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공소장에도 ‘S씨가 (건물에 대한)이자를 지급했고’라고 명시된 부분도 S씨의 주장을 참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검찰 조사 끝에 K씨가 지난해 5월 ‘무고죄’로 되레 구속돼 버렸다. 구속적부심에서 5일만에 풀려난 K씨는 이 사건 재판 끝에 지난 8월 19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고야 말았다. 지난 9월 보석청구도 기각됐다.

검찰 공소장과 1심 판결문에는 ‘K씨가 S씨를 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사법권의 공정한 행사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인감도장과 신분증을 건넸다는 것은 전세계약사실을 K씨가 인지한게 아니냐는 판단이었다.

K씨와 가족, “정황증거 제대로 살폈나”

K씨와 가족들이 억울해 하는 이유는 이렇다. 문제의 건물을 구입하기 위해 수억대의 대출을 낸 것도 K씨인데다, 월 250만원에 달하는 이자도 K씨의 계좌에서 지금도 자동이체되고 있고, 화재보험 등 일체의 관리비용을 K씨가 부담했다는 것이다. 당초 S씨에게 주어진 리모델링 공사대금이 공사업자들에게 지급되지 않아 가압류를 당하기도 했고, 세입자들의 하자요구도 K씨가 수용해왔다는 점에서 S씨의 ‘명의신탁’ 주장은 얼토당토않다는 것. 이 같은 정황증거들은 배제된 채 검찰 공소장과 1심 판결이 왜곡됐다는 항변이다.

K씨의 친형 모씨는 “공소장이나 판결문 내용에 왜곡이 많다. 건물 매도인의 진술과 판결문의 내용이 다르며, S씨가 부담하지도 않은 대출이자를 S씨가 낸 걸로 보고 있고 저희가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증거자료들은 채택조차 하지 않은 채 앞뒤 맞지 않는 S씨의 주장만 받아들인 불공정한 편파수사이자 판결”이라면서 “변론을 맡고 있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조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특히 “S씨가 사기전과가 있는 상습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왜 간과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변호인 측도 “1심 판결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이라며 “집을 담보로 잡히는 등 모든 비용부담을 떠안은 게 K씨인데, K씨가 명의만 빌려줬다는 S씨 주장은 전혀 납득되지 않는 궤변”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특히 S씨가 2004년 사기죄로 1년간 수감생활을 했고 초등동창에게조차 수천만원을 편취해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 지금도 그에 대한 사기고소가 끊이지 않는 사실을 내세우며 항소한 상태다. 항소심 첫 심리는 27일 오후 있을 예정이며 K씨 가족들은 ‘사법피해’라는 판단하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도 검토중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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