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3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듯 달아 올라있는 도로 위에 굵은 땀방울을 닦아 내는 발걸음들이 분주하다. 거제시 불법주정차단속원들이다.

거제시 불법주정차단속원(이하 단속원)은 현재 16명 8개조(2인 1조)로 옥포지역과 고현지역을 중심으로 불법주정차 계도에 힘쓰고 있다.

단속원들의 활동목적은 교통지옥으로부터 거제시민들에게 조금 더 쾌적하고 안전한 거리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주차요원들과 얼굴을 마주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들에게 “수고 하십니다”라는 인사보다 “잠깐만요”라는 말을 내 뱉기 일쑤다.

아직 거제시민들에게 주차단속은 그저 귀찮고 못마땅한 일이며 단속원들은 ‘불법주정차단속 고지서’를 안겨주는 불편한 사람들 일뿐이다.

시민의 불필요한 오해는 여전하지만 불법주정차 단속만이 원활한 교통흐름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며 단속의 효과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최근 4년간 거제지역의 하루 평균 주정차위반 적발 건수는 172.8건에 징수 대상금액만 62억 4160만원(하루 평균 688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거제지역 시민들 대부분이 주정차 단속은 중요성은 인정 하면서도 단속원들의 활동에는 유독 불만이 많다.
몇 년 사이 거제지역의 주정차문화가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 까지 연평균 5만 건을 웃돌던 주정차단속위반 적발 건수는 2009년 11월 1일부터 급격한 감소를 보이면서 2010년부터는 연간 2만 건 가까이 줄 들었다.

이는 기존 ‘즉시 단속제’에서 15분 이상 예고장을 발송한 뒤 단속하는 ‘예고 단속제’로 바뀌면서 이기도 하지만 최근 시민의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정차단속이 예전에 비해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교통 상황 및 도로 여건 상 불가피할 경우에는 즉시단속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사고 위험이 높은 횡단보도, 인도, 곡각지역, 버스정류장 등은 예고장 없이 즉시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1시 30분 여지없이 거제시 불법주정차단속원들의 일과가 시작됐다. 한 낮 땡볕을 가려 줄 파란색 주차단속 모자와 형광색 조끼가 트레이드마크인 단속원의 따라 이들의 일상을 살폈다.

단속원들의 근무시간은 오후 1시 30분부터 시 30분까지 4시간 남짓한 시간, 주차단속이 시작되면 단속요원들과 시민들과의 불편한 만남은 시작된다.

단속원들에게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다. 늘 그렇듯 주정차단속과 계도를 하는 단속원들과 불법주정차 고지서를 면하려는 시민들과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다만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시민과의 실랑이냐 수위를 벗어나 과격한 언행을 일삼는 시민과의 실랑이냐의 차이다.

단속을 피하려는 시민들의 유형과 핑계도 여러 가지다. 잠시 단속원들의 계도를 듣는 척 하다 반대편 차선에 주차하는 등의 요령은 기본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주차단속 요원들의 눈을 피하는데 급급하다.

심지어 단속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만큼의 욕설을 퍼 붓는다거나 협박을 하는 일도 다반사다. 하지만 이들도 단속원의 일과가 끝나면 한 가정의 아내며 어머니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다.

단속원들은 일부 시민들의 이런 행위에 대해 “한 낮 더위나 다른 불편함은 얼마든지 감수 할 수 있지만 간혹 주정차단속에 대해 불만을 품고 욕설을 하는 시민들을 마주 할 때가 가장 속상하다”며 한목소리로 말한다.
한 단속원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면식이 있는 이웃이나 지인을 만나는 일이 불편 했는데 최근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다 보니 불편한 점은 없다. 다만 거제시민들이 개인이 아닌 공익을 우선하는 의식으로 전환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말했다.

가지마다 매달린 열매는 뿌리의 고마움을 모르듯 어쩌면 이들의 노력은 생각지 않고 우리는 불편함만 토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민들이 조금 더 안전하고 편한 도로를 활보 할 수 있도록 땀 흘리는 이들에게 앞으로 “잠깐만요”라는 말보다 “수고 하십니다”라는 가벼운 인사를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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