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종교칼럼
꼴값하담스님 /무이사주지

얼마 전에 고현 시내에 있는 한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담당의사의 독선적인 진료방식을 보면서 ‘꼴값을 떨고 있구나’하는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환자가 있어서 의사가 필요한 것이고, 병원도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진료업무가 바쁘고 힘이 들겠지만,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도 하지 않는 그 의사의 교만한 모습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언이라든지 나이팅게일 정신 같은 것은 볼 수가 없었다. 내 자신의 기분으로 그 분의 인격마저 부정적으로 매도하지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반성을 해본다.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꼴값’은 ‘꼴(사물의 모양새)’의 ‘값(가치)’이다. 생긴대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주제파악을 잘하는 것을 꼴값이라고 하지만, 대체로 사람으로서 가지는 최소한의 가치마저도 못 미치는 상태 내지는 모습을 꼴값이라고 말하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더욱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자기 모양새대로 행하지 않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는 ‘꼴값을 떨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제각각의 모습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면서 자신의 꼴값을 가지게 된다. 대자연은 자신의 꼴값대로 존재하면서 순리와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우리 사람들도 자신의 꼴값을 바로 알고, 자연의 순리를 배우면서 우주 질서를 존중하고 지켜나가야겠지만, 때로는 자신의 꼴값을 바꾸려고 하는 욕심을 가지면서 자연과 다른 사람들에게 경쟁적으로 도전하거나 정복하려고 한다. 치열하게 투쟁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의 순리가 무시되기도 하고, 세상의 질서가 혼란스럽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사람이 자신의 그릇을 빨리 깨달아서 자신의 꼴값대로 살아간다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가 있을 것이다. 깨달음은 정신적인 부분 중에서도 인식하는 부분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인식과 사고가 바른 깨달음을 갖게 한다. 오로지 자신의 이기적인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힌 천박한 인식으로 억지를 부리는 모습이야말로 꼴값을 떠는 것이다. 상생(相生)과 공존(共存)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책무(責務)이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인간으로서 사회적인 꼴값을 갖추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현대인들 중에는 ‘나 살고, 너 죽자’식의 매정한 이기주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교육제도를 보면 인성교육을 통하여 바른 꼴값을 하게 가르치기보다는 출세지향적인 교육 일변도의 모습을 보이면서 꼴값을 떨고 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인 기득권자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서는 급급하면서도, 사회적인 양보는 한 치도 없다. 변혁을 바라보는 사회운동가들도 스스로의 헤게모니에 빠져서 이 사회의 공동이익보다는 자신들과 관련 있는 집단 이익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때가 많다.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자신의 권익을 위해서 회사가 망하든지 말든지 사용자를 상대로 투쟁적인 협상을 하려고 한다. 젊은 청년세대에서도 사회적 정의감은 사라지고 자신의 편안한 진로만을 모색하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보여주는 꼴사나운 모습에서 사람들은 절망하거나 허무에 빠져들게 된다. 사람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모습을 희망한다. 있는 자가 있는 자답게 배려와 여유를 보여주고, 어른이 어른답게 책임과 교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남성이 남성답고, 여성이 여성다울 때,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요즘은 남성이 남성답지 못하고, 중성 내지는 여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불가의 삼법인(三法印) 중에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을 통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물질계이거나 정신계이거나 빠짐없이 전부를 말한다)은 항상 하지 않고 늘 변한다는 것을 진리로서 확인해 놓았다.

그러므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각자의 모양새가 가지는 역할이나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답게’에 대한 개념과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인류사에서도 보면, 어느 한 시대에는 모계사회였다가 다시금 부계사회로 바뀌면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뒤바뀌기도 하였다. 그러나 각자에게 맞는 인간으로서의 본분사(本分事)는 분명히 있다. ‘네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에서 우리의 진정한 꼴값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성경 말씀에서는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대로 살아갈 것을 가르쳐 놓았으며,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우리들에게 각자의 근기대로 수행하면서 살아갈 것을 말씀하셨다.

과연, 내 자신은 꼴값을 제대로 하고 사는지를 조용히 앉아서 점검해 보련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거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