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은 요식행위다. 절차 때문에 용역을 한 건데 자체적으로도 결정 가능한 사항이다. 이미 답은 다 나와 있다. 나는 이미 가도 된다고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일반 시민들에게 물어서 뭘 결정할 건가”

지난 18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있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완료 보고회’에서 ‘끼워 맞춘 용역’이란 시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권민호 시장이 작심한 듯 내뱉은 말이다.
이른바 ‘섬김행정’을 내건 시장 입에서 나온 표현 치곤 어휘나 어감이 꽤나 거친데다 다분히 공격적이어서 현장에서 들은 기자조차 순간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공사 설립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용역 결과까지 나온 마당에 선량(選良)들이 나서 이것저것 트집(?)을 잡았으니 짜증이 났을 법도 하다.

풀이하기 나름이겠지만 ‘시장이 맘먹은 일인데 왜 자꾸 간섭하느냔’ 투다. 나아가 ‘하나 마나한 용역’이었단 걸 권 시장 스스로 인정한 격이고, ‘상전’(거제시민) 생각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머슴’의 뼈 있는 소리로 들렸다.
오랜만에 말문이 제대로 터진 권 시장은 “실패를 두려워 해 일을 못하는 건 직무유기다. 이런 점에서 의원들도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가뜩이나 속이 끓는 의원들에게 직격탄까지 날렸다.

상황이 이쯤 되자 자존심이 상한 의원들도 발끈했다. “의회도 도전정신을 갖고 있다. 다만 충분한 대화를 나눠 진행하자는 얘기다”, “주민 대표인 의원들이 왜 반발하는지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시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를 용인하면 시민 모두를 속이는 거다” 등 화살이 연거푸 날아들었다.

그제야 권 시장은 “전문성을 요하는 사안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포퓰리즘화 될 수 있다”며 “공격적으로 일해 보고자 했는데 의회와의 소통에는 다소 부족했다고 느낀다”고 한 발 물러났다.

무릇 말이란 한 번 뱉은 후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명심보감은 ‘차라리 밑 빠진 항아리를 막을지언정 코 아래 가로지른 것은 막기 어렵다’며 ‘입을 지키는 것은 병(甁)처럼 하고, 뜻을 지키기를 성(城)처럼 하라’고 일렀다.

용역이 ‘요식행위’라는 표현이나 ‘시민에게 물어서 뭘 결정하겠느냐’는 독설에 가까운 발언은 적어도 시장이 입에 담을 말은 아닐 게다. 권 시장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한 ‘섬김행정’마저 불과 1년 새 ‘일방통행’으로 바뀐 건 아닌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진정 주민을 섬길 마음이라면 먼저 ‘주인’의 뜻부터 헤아리는 게 순서 아닐까. ‘내 맘대로’가 아닌 ‘주민이 바라는 대로’ 하는 게 진짜 ‘섬김행정’인 거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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