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일 동상 논란이 취임 1년을 맞은 권민호 시장의 목을 죄는(?) 분위기다. 시민단체에서 타오른 ‘철거 불씨’가 시의회로 옮겨 붙어 거세지더니 급기야 경남도가 나서 공식적인 ‘철거’ 입장을 통보한 마당이어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형국. 싫든 좋든 어떤 식으로든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권 시장의 ‘벼랑 끝 선택’은 이번에도 적잖은 눈총을 받을 걸로 보인다.

5일 거제시에 따르면 경상남도는 하루 전(4일) 거제시에 보낸 공문에서 “김백일 동상은 문화재보호법 13조와 경상남도 문화재 관리조례 제44조 1항에 따라 동상건립 과정에 ‘문화재영향검토’를 거치지 않고 무단 설치된 시설물이기 때문에 원상 복구하라”고 통보했다. 동상을 다른 곳에 옮겨 세우거나 철거 계획을 마련해 도에 보고하라는 내용인 것.

결국 시가 이런 저런 이유로 문제 해결에 미적거리는 사이 상급기관 차원에서 ‘김백일 동상’ 철거 결정이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도가 이번 문제에 직접 ‘칼’을 빼든 건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 지난 1983년 12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9호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 도 관련 조례에는 ‘도시 지역 중 녹지지역은 문화재 자료 외곽경계로부터 300m 이내 지역에 시설물을 건축하는 경우 시설물이 문화재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정해 놨다.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서 있는 김백일 동상은 공원 내 문화재 자료(PX 잔존건물)에서부터 직선거리로 250m쯤 떨어져 있어 문화재영향검토 대상임에도 시가 이러한 ‘순서’를 빼먹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역사회의 잇단 철거 요구에도 꿈쩍 않던 권 시장 역시 철거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을 전망. 특히 애초부터 동상 건립을 두고 사전 여론 수렴 등 최소한의 검증 과정만 거쳤다면 이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거란 시각 또한 만만찮아 2년째로 접어든 권민호 시정의 ‘소통 한계’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상 철거 서명운동에 들어간 모 시의원은 “(동상 철거를) 주저하는 권민호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라며 “주민의 뜻을 대변하는 의회가 ‘동상 철거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사실상 부담을 덜어준 격인데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해당 단체 등에 도에서 받은 내용(원상복구)을 알리는 공문을 보낸 뒤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가시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엔 ‘행정대집행’으로 통해 동상을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걸로 알려졌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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