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역 유람선의 안전불감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1일 주말 안개가 짙게 깔린 해금강 인근에서 빚어진 유람선 충돌사고를 두고서다. 다행히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관광객들의 놀란 가슴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음이 자명하다. 분을 삭이지 못했던 한 관광객이 거제시 홈페이지 ‘거제시에 바란다’ 코너에 유람선의 안전불감증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분명한 개선을 요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관광객 박모씨는 구명조끼의 문제점을 먼저 거론했다. 구명조끼는 바다에서 사고를 당했을 경우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도 좌석 아래에 있었다는 구명조끼를 무려 10분 가까이 꺼내지 못해 아둥바둥했다는 것이다. 만약을 가정하는 건 쉽다지만, 당시 상황이 심각해질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수준이 아니다. 수초를 다퉈야 할 위급상황에서 10분은 영겁의 시간이나 다름 없으니 하는 얘기다.

박씨가 전하는 당시 상황은 과장이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여자친구는 공포에 질려 울고 있고 사위는 안개로 둘러싸여 분간하기 쉽지 않았을테니 다른 곳도 아닌 깊고 푸른 바다에서 느꼈을 그 공포감이란 ‘절체절명’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다행히 다른 배를 옮겨타고 돌아오던 박씨의 감정은 공포에서 ‘황당’ 또는 ‘분노’로 바뀌었나보다. 다른 배의 선장이 “큰 사고 없었으니 그만 아니냐”는 투로 위로(?)를 전했기 때문이다.

그 배에서도 역시 구명조끼 위치와 꺼내는 방법들이 설명되지 않았다 한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배려 없는 언사에다 안전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으니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관광객이 돌아가서 지인들에겐 또 어떻게 고할까. 우울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거가대로가 개통되고 관광객이 더 넘쳐날거라 희희낙락할 뿐, 정작 그에 걸맞는 의식전환은 찾을 수 없더라고 하지 않을까.

필자는 4년 전, 거제 유람선을 직접 타면서 르포 기사를 쓴 적 있다. 분위기를 체감하고 관광객들의 얘기에 귀기울이며 발품 팔아 쓴 기사의 제목은 ‘시대변화 못 따르는 유람선업계’였다. 체질개선은 뒷전인 채 기득권 유지에 매달리는 행태가 되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었다. 4년이 지났어도 그대로인걸까.

시대는 또 바뀌었다. 올해는 거가대로 개통에 따른 ‘거제 방문의 해’다. 올 여름 성수기가 눈 앞이다. 관광객들의 이런저런 볼멘소리는 나올 수 있겠지만, 안전문제는 다르다. 각성을 촉구해본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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