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계룡산 정상에서 거제면 방향을 내려다보면 금세 눈에 띄는 ‘동림저수지’에서다. 거제시민들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젖줄 중 하나, 동부면 ‘구천댐’에 비견될만한 곳이 동림저수지다. 거제면 옥산리 화원마을 85세대 주민들의 ‘생명수’가 담겨 있는 곳이다. 주민들은 초조한 기색이었다. 낯빛이 어둡다. 왜일까. 주민들의 시선은 동림저수지 수면으로 향해 있다. 수면이 노랗다. 지난 주초 며칠간 진득하게도 내렸던 빗물이 저수지 뒤편 계룡산 자락에 파헤쳐진 골프장 공사 현장의 흙더미를 저수지로 양껏 쓸어내렸다.

저수지는 물론이고 아래쪽 소류지도 흙탕물 천지다. 골프장 시공사가 설치했을 오탁방지망은 제 역할도 못한 채 그저 둥둥 떠있다. 좁은 마을길로는 소방차가 엉거주춤 들어와있다. 흙탕물이 된 저수지 물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림저수지는 주민들의 오랜 건의 끝에 99년 말에서야 형태를 갖췄는데 ‘청정지역 1급수’였단다. 식수로도 쓰고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고, 이 마을 주민들에게는 없어선 안될 보물이 곧 동림저수지인 셈이다. 그런 동림저수지가 며칠간의 비에 흙탕물 천지가 됐으니 주민들의 심정이 오죽하랴.

예견됐던 일이란다. 골프장 공사가 절차를 거쳐 허가됐다면 반대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 말한다. 주민들의 얘기다. 그런 주민들로서도 이번 일은 묵과할 수 없는 수준. 누차 걱정스런 얘기를 전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했건만, 터질 게 터졌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한탄하고 있었다. 올 장마에도 또 이러지 않겠냐는 것이다. 토사가 넘쳐내리면 다시 돌이키기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주민들의 불편도 심화될 게 자명하다는 탄식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골프장 공사 자체에 대한 불신도 무럭무럭 커지는 듯 했다. 신뢰할 수 없다는 투다.

주민들의 토로를 듣다 저수지를 다시 돌아봤다. 물들은 계룡산 큰골 고랑과 작은골 고랑에서 주로 흘러내려 모인단다. 골프장 공사현장 아래 쪽으로도 작은골 두어개에서 물이 모여든다. 명산 계룡산 아래 이토록 청아한 곳이 있었던가. 흙탕물 천지가 되지 않았다면 그 청아함이 더 돋보였을텐데. 볼썽사납게 헤집힌 계룡산 자락의 풍경까지 겹쳐 더욱 안쓰러워 보인다. 동림저수지만이 주민들에게 유일한 것일까. 지하수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쓸모가 없었단다. 산능선에 놓은 간이상수도 역시 골프장 공사로 사용 불가라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

이쯤이면 진정 신경 쓸 일이다. 소방차가 들락거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불 끄는 게 소방차의 본연 아닌가. 최선책은 무엇인지 고민해야만 한다. 골프장 공사로 인한 또 다른 우려들은 그 나름의 처방이 있어야 할터다. 거제시도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니 지켜 볼 일이다. 주민들의 호소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서야 되겠는가. 애정과 걱정이 어린 채 동림저수지를 바라보던 한 노인의 눈빛이 선하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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