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개원한 6대 거제시의회가 최근 ‘2011년 미국·캐나다 해외연수 보고서’를 내놨다. 작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인데 떠나기 전부터 외유성 논란에 시달린 것 치곤 내용이 부실한 건 여전하다. 모두 마흔네 쪽 분량의 보고서를 미국의 노인복지 정책, 미국·캐나다 정치문화, 도시계획·도로정책, 문화 및 관광자원 등으로 채웠지만 거제시 현실과는 거리가 먼 내용도 꽤 된다. 따지자면 기행문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심지어 이번 해외연수를 꼭 가야만 했던 속사정을 보고서 ‘결론’ 부분에 끼워 넣는 뻔뻔함도 보였다. ‘갑작스런 국내·외 일련의 사태(일본 대지진 등)로 인해 의회에서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있어 취소여부를 논의했으나 30%의 위약금을 내야하는 데다 미국 방문 기관들과의 사전 예약 등 의회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는 거다. 위약금은 그렇다 쳐도 ‘의회의 신뢰성 제고’라니 기가 찰 지경이다. 그럴싸한 변명으로 ‘명분’을 애써 포장하기보단 차라리 ‘아메리카 대륙을 밟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 편이 나았을 거다.

의원들은 나아가 “해외연수의 주 목적이 낡은 고정관념을 깨고 넓은 시야와 안목을 갖춘 세계관을 함양해 지역발전과 의정 전문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은 자명한 사실이며 여행국의 벤치마킹과 선진제도 습득, 정보 및 지적능력 배양이라는 해외여행 목적 달성을 위해 떠나게 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 대목에선 지금까지 둘러본 선진국의 다양한 사례들을 얼마나 거제시에 접목시켰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좋다”는 소감이나 “부럽다”는 감탄에만 그친다면 연수 성과는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 바깥에서 번번이 ‘관광성 외유’란 따가운 목소리가 나오는 것 또한 이러한 까닭에서다.

해외연수의 필요성을 두고 의원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내세우는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견문을 넓히는 거라면 굳이 나무랄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잘 갔다오라”고 등을 떠밀어도 시원찮을 판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선택의 폭이 좁아져 참된 의미의 ‘정책연수’가 아닌 그저 그런 ‘해외관광’ 수준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해외로 나갈 때마다 여기저기서 트집부터 잡는다”고 볼멘소리만 낼 게 아니라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자세를 가지는 게 우선이다. 해외연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난다면 외유성 논란은 차츰 사그라질 게 분명하다. 적어도 ‘거제시민의, 거제시민에 의한, 거제시민을 위해’ 뽑힌 선량(選良)을 자처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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