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적 보조와 지원이 필요한 관광산업의 주체인 민간사업자가 사업비 상당액을 거제시에 ‘보증’해달라고 한다면 타당한 것일까. 무려 100억대다. 그간 거제지역에 대형사업들이 민간사업자에 의해 추진되다 무산되거나 지지부진한 경우는 있었어도 사업비 보증을 거제시에 요구한 사례는 없었다. 지난해 8월 일운면 소동리 해양특구에 착공한 ‘돌핀파크’ 사업을 두고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시행사의 거액 보증 요구가 알려지자 뒤늦게 소식을 접한 거제시 실무자들은 우선 선을 긋고 있다. 아무리 민자유치가 필요하다지만 보증을 서는 건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시행사가 사업자금이 극히 부족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업무산 우려가 조심스레 점쳐지는 까닭이다.

내년까지 1000석 규모 돌고래공연장 조성 계획

‘거제돌핀파크’로 이름 붙여진 이 사업은 지난해 8월10일 지세포어항부지이자 해양특구이기도 한 일운면 소동리 478-1번지(8007㎡)에서 착공했다. 당초 추정 사업비는 380억원이었다. 사업이 진척되는 시점부터 사업비는 350여억원으로 추정됐다. 돌고래공연장과 어린이수족관, 해양생물전시관 등을 2012년 12월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만 1년 전인 지난 2009년 12월 김한겸 전 시장과 부산 소재 인터레저코리아(주)가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이후 어항개발사업 시행허가(문화 및 집회 휴게시설)를 거쳐 주민간담회 및 건축협의, 건축허가 및 실시협약을 지난해 6월29일 마무리했고 재원조달과 사용기간, 관리운영, 행정지원 등을 협의했다. 이어 8월10일 파일 및 기초 가설공사를 시작하는 한편 시공 감리계약 등 절차도 밟았다. 운영방식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건물 준공 후 거제시에 기증한다는 것. 약 20년 동안 시행사가 무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공연장 관람료도 1만5000원으로 잠정 책정했었다.

돌고래 공연장은 제주퍼시픽랜드와 서울동물원 등에서 성수기에만 운영되고 있고 관람료 수준은 서울코엑스와 부산아쿠아리움 등에서 1만6000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거제시는 기반시설과 공종별 책임 지도를 맡는 한편 도시계획도로 등을 우선 개설한다는 계획으로 행정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느닷없이 사업비 보증을 거제시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시행사의 사업비 보증 요구는 권민호 시장을 통해 알려졌다.

권 시장, “300억 요구하다 100억으로 낮춰 보증 요구”

인터넷신문 등을 통해 알려진 권 시장의 발언은, 사업자가 당초 300억원의 지급보증을 요구했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거제시의 입장에 100억원으로 낮춰 지급보증을 요구했다는 게 요지. 수백억대에 이르는 사업자금 마련, 특히 금융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어려워지자 거제시에 이 같은 요구를 해왔다는 것이다. 돌핀파크 조성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거제시 해양항만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급보증 요구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확인해보니 시행사 측에서 그런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급보증이란 게 결국 투자비가 만회가 안될 경우 거제시가 책임을 지라는 것인데 거제시로서는 관광산업 육성 일환에서 민자유치에 적극 나서야 할 형편이지만, 그렇다고 민자사업에 투자한 개개인들의 투자금까지 거제시가 보증한다는 건 맞지 않다 본다”면서 “실무자 입장에서 지급보증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거제시는 그간 민간사업자로부터 번번이 배신(?) 당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지급보증은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분명히 견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례는 다수다. 대표적으로 2006년 사등면 청곡리 일원에 중형조선소 건립을 추진하며 경남도와 투자협약까지 맺었던 대주그룹의 사업 포기와, 역시 2007년 10월 경남도와 투자협약을 거쳐 5000억여원을 들여 하청면 유계리 일원에 조성하겠다던 ‘메이페이 리조트 조성 사업’도 몇 해를 넘겼건만 별다른 진척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거제시도 이 같은 전력을 감안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행여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을 보증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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