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동인/ 동의보감 한의원장

담당자 전화번호만 알면 된다자동차 사고의 치료에 한방진료가 공식 인정된 것이 1999년이다. 당시에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개정되고,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관한기준’이 고시되면서 한방의료가 자동차 사고 영역에서도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치료를 위한 절차의 측면에서도, 예전에는 사고 피해자 본인이 치료비를 다 지불한 후에, 영수증과 진단서를 따로 발급받아 보험회사에 청구를 해야 하는 이중의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요즘에는 사고 상대방의 보험회사 담당자 전화번호만 알면 된다. 교통사고 환자들은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가서, 자신이 교통사고 환자임을 밝히고, 담당자 전화번호만 알려주면 모든 것이 끝난다.

자신이 정형외과 등 양방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도 상관이 없다. 이후의 모든 절차는 한의원과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하게 되어 있다. 즉, 별도의 행정 절차나 본인 부담금 없이 치료에만 전념하면 된다. 치료비는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알아서 해결한다.

침, 뜸, 부항 외에 첩약 등 비급여도 가능

교통사고 이후에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으로 인해 한약 복용을 고려해보지 않은 분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가의 부담 때문에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도 현실이다. 보통 한의원에서 침 뜸과 같은 치료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달여 먹는 첩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동차보험에서도 첩약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지레 짐작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에서는 이미 2003년부터 치료 목적의 첩약이 인정되고 있다. 즉, 별도의 본인부담금 없이 어혈 제거 등을 위한 첩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인 추나요법(관절이나 근육 등을 교정하는 치료), 약침술(봉독이나 한약 추출물 등을 경혈에 주입하는 치료)에서부터, 경근저주파요법, 경근중주파요법, 심층열치료 등의 한방물리요법들도 모두 자동차 보험에서 인정되는 항목들이다.

한방 치료 받은 교통사고 환자 99.81%가 만족

2009년 개최된 대구광역시한의사회 춘계 한의학 학술대회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대구광역시의 한의원 및 한방병원에 내원한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 544명을 대상으로 한방의료기관 내원까지의 기간 및 내원형태, 내원동기, 치료기간 및 만족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방 치료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조사결과 314명(58.80%)이 ‘한방치료 효과가 우수했다’를, 189명(35.39%)이 ‘증상이 호전됐다’를, 30명(5.62%)은 ‘증상이 약간 호전됐다’를 각각 선택했으며, 반면 ‘치료효과가 안 좋았다’는 답변은 1명(0.19%)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단지 자동차 사고 치료에 한방진료가 적용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안내가 필요한 대목이다.

약력
대한약침학회 보험이사
거제시 한의사회 재무이사경남 한의사회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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