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공무원들에게 정해진 ‘근무복’이 입혀지는 것일까. 갑작스런(?) 공무원 근무복 도입 여부를 두고 거제시와 시의회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갑작스럽게 다가오지만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공무원 근무복 도입은 권민호 시장이 ‘도박 공무원 문책 인사’ 이후 나름대로 꺼낸 카드였다.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거제시 공무원임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해 ‘딴짓’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시의회의 반응은 달랐다.

거제시의회는 새해 예산안을 최근 검토하면서 거제시가 상정한 공무원 근무복 도입 예산 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찬성하는 시의원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시의원도 있었다. 반대 측에선 “군대도 아니고 굳이 딱딱한 근무복을 입히는 게 타당하냐”는 입장이다. 신중론도 있다. 도입 취지가 타당하다는 점에서 일단 시험 도입을 거쳐보자는 것이었다. 어찌됐든 예산은 전액 삭감되고 말았다. 나름의 카드를 꺼낸 권 시장의 심기도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공무원의 반응은 어떨까.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로 알려지고 있다. 반대 시각도 없지 않다. 군인이나 경찰과는 달리 일반공무원의 경우 근무복(제복)을 입어야만 하는 관련 규정은 없기 때문. 간부공무원 모씨는 “반대 시각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도입 취지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공무원은 “근무복을 입는다 해서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냉소했다.

도입이 현실화된다면 복장은 어떤 형태일까. 이와 관련해 거제시 행정과 관계자는 “1억원을 상정했던 것은 공무원 1000명에 10만원을 셈한 결과”라며 “전신 유니폼보다 단체 근무복 형태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점퍼(상의)’ 형태를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모 지자체는 녹색도시를 지향하고 있어 녹색 상의를 입고 있는데 직원들이 잘 입고 다닌다더라”면서 “새해 추경에 관련 예산을 재상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직기강 확립 일환에서 권 시장이 꺼낸 카드가 먹혀들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민원인들을 위해서도 근무복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다. 시청을 찾는 시민들이 적잖은데다 민원실에서 오가는 사람들 중 누가 공무원인지 헷갈려하는 경우도 잦은 탓이다. 시민 모씨는 “기강확립은 제쳐두고라도 공무원임을 알린다는 측면에서 근무복 도입이 맞다 본다”고 말했다. 판단은 시의원들에게 달렸다. 새해 추경에 근무복 예산이 반영될지 두고 볼 일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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