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종균/ 거제시행정동우회장

요즘 우리주변에 ‘웰빙’이란 말을 흔하게 듣는다. 몇 년전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바람은 웰빙 아파트 웰빙 가구 웰빙 의류 신발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시도 등산길 체육공원 웰빙공원 조성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들이 쏟아진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요사이 마누라 장바구니는 온통 웰빙 식품으로 가득하다. 채식주의자는 아닌데도 식탁은 제 철따라 온갖 싸구려 풀(草)로 성찬이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를 먹어본 지 꽤 오래되었지만 비만이라는 이유로 식탁에 올라오는 일이 거의 없다. 시장에서 장 보는 날은 열흘에 한번 정도 될까?, 내가 투덜거리면 웰빙, 건강! 하면서 신선한 먹거리, 규칙적인 운동으로 오래 살아야 한단다. 그래서 온통 웰빙 상품과 식품인데, 내가 퇴직한 후 부쩍 심하다. 혹시 돈을 아끼기 위한 심보(?)는 아닐까?

직장에 다닐 때 입던 바지도 넓혀야 하고 과체중인 몸매를 보고 하루 한 끼를 굶으면 어떻겠냐고 조용히 미소 지으며 제안한다. 지난 한여름 어느 일간지에 게재된「댁의 남편은 삼식이」이란 글을 읽고 내용이 재미있어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면서 직장에서 은퇴한 남자가 된 비애를 나 자신 또한 느끼게 되었다. 즉 은퇴한 남편이 하루 세끼를 먹으면 삼식이, 한 끼만 먹으면 일식이, 세끼를 밖에서 다 먹으면 무식이 등으로 호칭하여 주부들끼리 계모임에서 우스개 소리로 한단다. 글쓴이의 위트와 재치가 크게 돋보이는 내용이었다.

건강한 삶을 위해 건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하는 것은 우리는 웰빙이라고 부른다. 물질적 성공이나 명예보다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바쁜 일상과 인스턴트식품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으로 인생은 풍요롭게, 아름답게 사는 일이다, 가치 있는 인생살이로 웰빙 (잘 살자는 것)은 웰다잉(잘 죽는 것)을 위한 준비이다.

지난 10월 초순에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증도갯벌생태전시관과 문화재로 등록된 국내최대염전, 갯벌생태 탐방로인 짱뚱어 다리, 신안유물전시관 등 생태탐방을 하며 자연 그대로의 해변, 갯벌, 해수욕장, 염전을 아울려 호흡하며 느리게 길로 걸어보았다. 느려서 행복한 섬(島)‘슬로 시티(slow city)’이다. 이는 우리 땅에서 난 재료로 공들여 만든 전통음식을 지키고, 건강한 환경, 지속가능한 개발, 공동체의 전통 위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도시를 뜻한다. 그래서 속도에 짓눌린 현대인의 삶에 느리게 살기를 화두를 던진다. 눈앞에 편리함 보다 당장 불편해도 느린 삶이 진정한 가치임을 일러주는 대목이다. 우리 집도 옛날로 돌아간다, 첨단 기술은 받아들이되 삶의 질을 중심에 두고 옛날 삶의 지혜같은 좋은 과거와 전통을 지키자는 것이다.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을수록 깨달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잘못된 일은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에 익숙하다. 조상 탓, 부모 탓, 시간 탓, 돈 탓 등 남의 탓과 원망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노년에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움을 실천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한다. 부질없는 원망이나 미움을 버리고 쓸데없는 고집이나 욕심을 버려야 함이라.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니, 그 동안 모아 두었던 ‘지갑을 자주열고 삽시다!’라고 말은 잘 하면서도 나에게 주는 매월 용돈은 인색(?)하기만 하다. 웰빙 마누라 화이팅!

※슬로씨티(slow city)가 되려면 우선 인구가 5만명 이하 ,유기농경작, 도시환경과 역사보존,대체에너지개발, 네온사인과 조명제한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한다,-이탈리아 오르비에토 본부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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