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역 일부 고사장에서 빚어진 대입수능시험 듣기평가 방송사고가 학부모들의 법적대응 검토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해성고에서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에 따르면 외국어영역 듣기평가 도중 7번 문항부터 2분여간 소리가 점점 작아지면서 결국 거의 들리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가 발생한 교실은 전체 18개 시험실 중 10곳으로 200여명에 이른다.

학교 측에서는 먼저 듣기평가를 중단, 해당 고사장 수험생들에게 지필고사를 먼저 풀도록 하고 방송시설을 수리한 뒤 10여분 후 7번 문제부터 다시 방송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방송 선로에 이상이 생겨 전체 18개 교실 중 10개 교실에 방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문제 발생 후에 지필고사를 치르도록 안내하는 데 1분 20초 가량이 걸려 시험 종료 후 2분의 추가시간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고사장에서 수능을 치른 피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잘못으로 시험에서 피해를 입은 측면이 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한 수험생A는 “한번 끊긴 흐름은 다시 잡기 힘들었다”며 “7~17번까지 10분정도 소요됐다. 외국어 영역은 시간과의 싸움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수험생 B는 “비단 시간부족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8개의 고사장은 정상적으로 방송이 나와 지필고사를 치르는 동안 집중 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험생 학부모 모씨는 “아이들이 정신적·시간적으로 피해를 받았는데 추가 시간이 고작 2분이라니 적어도 10분 이상은 줬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해당학교 관계자는 “듣기평가 방송사고 시 2분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조치를 취했기에 문제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말 죄송하고 도교육청에서 처벌을 내린다면 달게 받겠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최근 해당 학교에 22일 방문해 방송 시설을 점검하는 등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문제의 CD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발송돼 결함 여부에 대해 확인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관련 책임자 3~4명은 행정적 제재(행정벌)를 할 예정이며 아직 수위는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내년부터 해당학교를 배제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별 교육당국의 책임소재를 정확히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재가 능사가 아니라 현재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에 대한 구제 대책과 사고예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피해 수험생들의 학부모들은 해당학교와 도교육청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대처가 안일했다고 벼르고 있다.

법적대응과 관련, 중앙고 수험생 80여명은 변호사를 선임키 위해 지난 22일 첫 만남을 갖고 상담을 진행했으며 집단소송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수능이 치러진 거제지역 고사장 중 해성고와 중앙고에서 발생했다. 중앙고는 언어영역 듣기평가에서 3번 문항이 연속 세번 방송돼 2분 추가 시간이 주어져 480여명의 수험생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러 수습되는 분위기인 반면, 해성고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민주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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