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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건설, 신중해야 한다<특별기고> 유승화 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보통 교통수단(交通手段)은 육로(도로ㆍ철도), 해상, 항공으로 구분되고 각 수단은 비용(費用), 편리성(便利性), 안전성(安全性) 등 3가지 요소에 의해 사용자에게 선택된다. 즉 교통수단은 저렴하고 편리하면서 안전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편리성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이용이 가능하고 신속하여 시간의 낭비가 없어야 함을 의미한다. 항공은 국제화시대를 맞아 바로 이러한 3가지 요소가 잘 부합하면서 크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항공순위(航空順位)는 여객수송 세계13위, 화물수송 세계3위로서 종합순위 세계8위이다. 공항 수(군용 제외)는 전체 15개이며 이 중 인천공항을 포함하여 8개가 국제공항이다. 우리의 항공은 경제규모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 근래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항공수요(航空需要)가 전 세계의 50%를 상회하면서 항공의 중심은 서서히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무릇 우리의 항공은 외형적으론 그럴듯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15개 공항 중 인천공항은 예외로 하드라도 김포, 김해, 제주 외에는 모든 공항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중 최근 2000년대에 개항한 양양, 무안공항의 운영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두 곳 모두 서남권과 강원권의 국제허브공항으로 계획했지만 개항 후의 실상은 비참할 정도다. 이처럼 잘못된 수요예측(需要豫測)으로 적자가 지속되면 환경폐해 등 국가적 손실은 막대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신공항건설 시 나름대로 항공수요 및 사업성 여부 등의 사전타당성조사를 해왔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처럼 개항 후 실제 운항실적치(運航實積値)는 크게 빗나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누구나 묻고 싶은 질문일 것이다. 필자는 그 원인을 다음의 3가지 요인으로 지적하고 싶다.

항공전문가들의 전문성과 사명감 부족

장래 항공수요를 추정하는데는 몇가지 가정(假定)이 필요하다. 우선, 세계경제흐름과 연관하여 국내 산업구조를 고성장, 중성장, 저성장 중 하나를 가정 선택해야 하고 또 도로, 철도, 해운, 항공 등 각 수단별(Mode) 미래분담비율(Sharing)도 가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항공전문가들은 국내ㆍ외적 경제성장추이나 수단별 중ㆍ장기발전계획 및 투자계획 등에 정통해야 한다.

지난 2002년 4월에 개항한 양양공항은 년 317만명의 여객과 5만톤의 화물 수송능력을 갖췄으나 2010년 현재 수요가 거의 없어 폐쇄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2007년 11월에 개항한 무안공항은 년 519만명과 5만톤의 화물 수송능력을 갖췄으나 2009년에는 고작 여객 5만7716명과 화물 450톤을 나른 것이 전부다.

이러한 실패의 원인은 먼저 타당성조사 부실에 따른 항공전문가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봐야 한다. 일부 항공전문가들의 변에 의하면 공항건설을 기정사실화(旣定事實化)하는 분위기에서 정부나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그것은 항공전문가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아니면 ‘노(No)’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명감을 가진 진정한 항공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 무안공항 배치도

정부의 무리한 정책추진과 소신(所信) 부족

우리 정부는 일찍부터 고도성장정책(高度成長政策)으로 일관해 왔다. 세계사에 유래 없이 짧은 기간 내에 선진국 반열에 동참하게 된 것은 이러한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지속가능(持續可能)한 성장을 위해서는 수도권집중이 아닌 국토균형개발이 요구되었고 낙후된 지방의 동반성장(同伴成長)을 위해서는 외국과의 활발한 교류가 요구되었다. 자연히 외국과의 교류를 위한 공항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는 지방공항건설에 집착하여 왔던 것 같다.

서남권의 국제허브공항으로 계획된 무안공항은 광주공항의 민간항공(民間航空) 기능을 흡수할 목적으로 광주-무안간 고속도로까지 건설하였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광주공항의 민항기능은 오히려 증가하면서 광주-무안간 고속도로는 텅빈고속도로가 되고 말았다. 또 강원권의 국제허브공항으로 계획된 양양공항도 강릉, 속초 두 공항의 민항기능을 흡수하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결과는 실패했다. 의욕이 앞선 정부의 무리한 추진에 대한 교훈을 남긴 셈이다.

물론 정부는 정부대로 지역권이나 정치권의 강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다고 변명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 어떤 경우라도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소신을 갖고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국가가 흥(興)하려면 투철한 국가관과 소신을 가진 공직자가 많아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가슴에 닿는 이유다.

▲ 양양공항 배치도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介入)

정치인은 지역민의 표(票)로서 산다. 당연히 지역개발은 정치인의 관심대상이다. 또 지역대표자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마땅하다. 이런 현상은 세계 어느 나라든지 민주국가에선 공통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그 정도(程度)가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꼭 지적하고 싶다. 정치적 주장은 어디까지나 국가적 목적에 합당해야하고 그 논리가 보편타당하여야만 한다.

보통 지역민들은 공항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다. 내 지역 가까운 곳에 최신 국제공항이 들어선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일반국민의 이러한 마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란 어렵지 않다. 사실 공항이 입지하면 지역이 크게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소음 등 환경악화로 생활환경이 크게 나빠질 수도 있다. 소음(騷音)에 대한 피해는 공항주변에 살아보지 않고는 실감하기 어렵다.

지난 2002년 전북권에서는 김제공항의 착공여부를 놓고 찬반 열기가 뜨거웠다. 처음엔 주민들 대부분이 반대였다. 특히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김제평야를 난도질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하였다. 그러나 당시 지역정치권에서는 어떻게든 공항을 유치해야 하는 절박성(切迫性)이 있었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전라남도에는 3개의 공항이 있지만 전라북도에는 공항다운 공항(군산공항은 주로 미군 사용)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공항유치는 서서히 지역자존심 문제로 바뀌어 갔다. 결국 정치권의 의도대로 지역민의 반대여론은 희미해져 갔고 공항은 착공되었다. 지금 건설 중이긴 하지만 공항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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