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로부터 생명파 시인으로 추앙받는 청마(靑馬) 유치환(1908~1967)은 거제와 통영 중 어느 곳이 출생지였느냐를 두고 소송까지 진행됐고 특히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둔덕면 방하리 생가 인근에 2008년 청마기념관이 세워진데 이어 그해부터 ‘청마문학제’도 열려왔다. 다만, 친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었다. 동랑청마기념사업회를 꾸려 청마의 시혼을 기려 온 문인들로서도 답답했을터다. 이들은 청마가 조국을 떠나 북만주에서 지냈던 활동상을 추적(?)해보기로 했다. 친일 논란의 시시비비를 가릴 기회이기도 했다. 이들이 내린 결과는 어땠을까. 동랑청마기념사업회 이금숙 회장을 만났다.

“지난 2006년 당시 문인협회 거제지부장으로 일했던 이성보씨가 청마의 고향이 거제였다는 사실을 입증시키기 위해 고생을 하셨지요. 청마기념관 건립이란 결실도 얻었습니다.”

동랑청마기념사업회는 지난 96년, 생가복원과 기념관 건립위원회 결성된 게 시초다. 청마 묘지를 양산시 백운공원묘지에서 둔덕면 방하리 지전당골로 이장시켰고 99년, 이성보 시인이 2대 회장에 취임한 이후 통영시와 출생지 소송도 벌였었다. 08년 4월 청마기념관을 준공했고 첫 청마문학제도 치렀다. 지난해 2회 문학제가 청마를 회고하는 행사였다면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열린 3회 문학제는 청마가 활동했던 북만주 기행과 그의 시 세계에 대한 분석을 폭 넓게 시도했다는 게 이금숙 회장의 설명이다.

“청마가 북만주에서 쓴, 대표적 친일 시(詩)로 지목되는 ‘수(首)’에 대해 그 지역 문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을 해봤지요. 되레 일제를 비판하는 반어적 내용이라는 겁니다.”

북만주 연변에서 활동중인 최룡관 시인에 따르면 청마의 ‘수(首)’를 읽을 때 청마가 표현한 ‘비적’이나 ‘무뢰한 넋’은 반어적 표현이고 시를 관통하는 맥락은 일제침략자에 대한 반발이자 단죄라는 것이다. 연변 문인들도 국내에선 친일 시로 알려져 있는 이 작품에 대해 친일이 아닌 반일(反日)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북만주 일대를 찾은 문인들로선 뜻 밖의 소득이었다고 했다. 청마가 식솔들을 이끌고 북만주행을 택한 때는 1941년이었다. 1940년은 일제의 창씨개명이 본격화된 시기였고, 이를 피하기 위해 북만주행을 택한 것으로 문인들은 보고 있다.

“청마의 시들 중 애송시만을 골라 따로 시집을 냈어요. 청마의 세 따님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시집을 펴냈습니다. 청마의 고향은 거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어요.”

이번 북만주 기행을 계기로 연변에선 청마 문학상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했다. 연변에선 청마의 ‘광야에 와서’가 애송되고 있단다. 동랑청마기념사업회의 현재를 일군 인사들 중 하나인 이성보 시인은 이번 기행에서 ‘청마 북만주 문학기행을 마치고, 나는 친일화두를 내려놓기로 했다’고 사료집에 적었다. 그들의 결론이, 단순히 믿고 싶은 것을 믿어서인 건 아닐까. 청마의 친형이자 역시 친일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극작가 ‘동랑(東朗) 유치진(1905~1974)’에 대한 엄정한 재조명도 필요하다는 이 회장의 얘기에서 그런 의문은 해소될 것 같다.

“동랑의 경우는 일제 강압에 의해 친일행위를 한 부분이 있지요. 그런 부분도 분명히 조명하는 동시에 다른 업적도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잘못된 역사도 역사 아닐까요.”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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